헨리 폴슨.
지난 5월 말 미국 재무장관으로 임명된 인물이다.그는 정치인도,행정관리도 아니다.세계 고급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회장을 지낸 월가 금융비즈니스맨이다.그는 특히 중국을 70여 차례 이상 드나든 ‘중국통’이기도 하다.중국을 어떻게 ‘다뤄야’하는지 안다는 얘기다.
폴슨이 지난 9월 18일부터 5일 동안 중국을 방문했다.그는 중국을 방문한 이 전의 장관들과는 분명 다른 대접을 받았다.폴슨은 후진타오 주석, 원자바오 총리, 우이 통상담당부총리 등 중국 최고 지도자들을 차례로 모두 만났다.중국 지도자들은 한결같이 그를 ‘라오펑요우(老朋友)’라고 부르며 환대했다.라오펑요우라는 말에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 지는 중국에 있는 분들은 잘 안다.
폴슨의 방문에서 가장 큰 관심은 역시 위안화 평가절상이었다.미국 언론들은 그가 어느 정도의 강도로 중국을 밀어 부칠지 관심을 쏟았다.미국 의회는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상을 않는다면 27.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없었다.그는 중국방문 기간동안 위안화 평가절상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꺼렸다. 오히려 ‘이번 방문에서 위안화 평가절상에 대한 중국의 변화된 모습을 이끌어 낸다면 그것은 하늘이 미국을 돕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폴슨을 대하는 중국 지도자들의 태도가 달랐듯,폴슨의 ‘중국 대하기’ 역시 달랐다.그는 중국방문 내내 미국과 중국의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중국이 잘 돼야 미국경제에도 유리하다는 말도 했다. 그리고 중국의 시장개혁이 성공하도록 돕겠다고 했다.G2라는 말을 만들어 낸 윌리엄 페섹과 똑 같은 맥락이다.
폴슨의 이번 중국방문에서 뚜렷한 성과가 하나 있다.1년에 두 번씩 미국과 중국의 장관급 이상 인사가 참여하는 ‘경제전략회의’를 갖기로 합의한 것이다.미국이 특정 외국과 경제장관급 정례 회담을 갖는 경우는 현재로서는 없다. G7장관들이 한꺼번에 만다는 다자간대화가 있을 뿐이다.그러기에 미국과 중국 간 회담을 ‘G2회의’라고 써야 할 듯 싶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이 회의를 두고 ‘미국이 중국을 유럽연합(EU)와 비슷한 수준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도대체 G2회의를 열어 무엇을 논의하자는 것인가.
폴슨은 이 회의에서 두 나라 사이의 경제현안을 폭 넓게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위안화 평가절상 지적재산권 등 뿐만 아니라 중국의 시장개혁, 환경문제, 원자재 개발 등에 이르는 전략적 문제를 다루게 된다는 얘기다.폴슨 장관은 이 회의를 통해 중국의 시장개혁을 돕고, 문제 해법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회의를 위안화 절상 압박 등 압력수단으로 활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폴슨의 설명이다.일단 그의 취지에 맞장구를 쳐주자.그렇다 치고 경제전략회의를 이끌어 낸 폴슨의 중국관을 알아보자.
그는 중국을 방문하기 직전(9월13일)기자회견을 가졌다. 그 회견에 폴슨의 중국관이 적나라라 하게 나타난다.
/중국이 세계경제의 리더로 등장했음을 인정해야 한다.중국이 미국의 경쟁자로 등장한 것을 환영한다.우리는 중국의 성장에 위협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오히려 중국이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가 되기를 원한다.
중국은 세계 경제 리더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기에 시장개혁과 개방을 해야 한다.그러나 중국은 오래된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시장개혁, 금융시장 개방, 소비시장 육성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
미국은 중국이 성장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중국의 경제불안은 미국에도 해(害)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
회견의 요지는 결국 미국이 중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인정,중국의 경제개혁을 도울 준비가 돼있다는 것이다.중국은 이미 세계적인 경제 대국이 되어있고,중국의 경제위기가 미국에 불리할 것이라는 현실적인 판단에서 나온 관점으로 보인다.중국위협론에 바탕을 둔 기존 견제와 압박 시각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폴슨의 기자회견 내용은 G2를 논했던 윌리엄 페섹과 똑같다. 결국 중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는 월가의 중국관이 폴슨 장관을 통해 정책으로 채택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전략적 경제회의’는 폴슨의 아이디어였다.폴슨이 취임직후 부시대통령에게 건의했고,부시가 이를 받아들여 구체화되기에 이르렀다.부시가 지난 7월 후진타오 주석에게 전화를 이 안을 제의, 후진타오 주석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월가의 아이디어가 폴슨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그런데 참으로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폴슨은 중국에 가서 위안화 평가절상이란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오히려 기자들의 질문을 피해갔다.그런데 폴슨이 중국을 방문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가 중국을 떠나기까지 5일간 위안화 가치는 하루도 빠짐없이 올랐다.상승 폭 0.5%, 주간 오름폭으로는 가장 큰 수치다.지난 주말(28일)에는 달러 당 7.9위안도 깨지고 말았다.
무리한 압력보다는 협력과 공조를 강조했는데도 위안화 가치는 올랐다.다른 장관들이 베이징에 와 ‘위안화 평가절상 안 하면 죽을 줄 알어’라는 식으로 압박을 가했을 때도 꿈적하지 않던 위안화였다.그런 위안화 가치가 폴슨의 부드러운(실제로 중국 언론은 폴슨의 정책을 연성정책을 부른다)말 한마디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이를 두고 ‘폴슨의 햇볕정책’이라 했다.폴슨 식 햇볕정책이 지금 먹혀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폴슨은 무엇을 노리고 있는가. 폴슨이 햇볕정책을 들고 나온 진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다음 회에서 더 알아보자.
<계속>
Woodyhan,
Team manager of 'The Dream Team Ch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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