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정리함

장모에게 사랑받는 사위 처세술

서나노야 2006. 10. 1. 09:45
처가살이를 해야 하는 고된 사위들이 많다. 요즘 시댁에서는 아이를 거의 봐주지 않으니 먹고 살려면 장모에게 굽히고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란다. 꼭 아이문제가 아니더라도 현명한 남편이라면 마누라보다 앞서 처가에 사랑 받는 사위가 되는 길을 택하여 가정의 평화를 꾀해야 할 것이다. 시댁에 잘하라 하면서 자신은 처가에 나 몰라라 하는 남편은 더 이상 몸 성히(?)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므로.

파이팅! 당당히 사위에게 매운 처가살이 시키시는 우리 장인, 장모님들. 딸 가진 죄인이라는 말이나 출가 외인이라는 굴레로 귀하게 키운 딸 무슨 속을 썩으며 살아도 모른 척 하시는 것이 장인 장모의 미덕이라 했었는데, 요즘 그런 부모님들은 어디 있으신가?
시부모들이 며느리를 눈엣가시처럼 생각한다면 장인, 장모들은 사위를 눈엣가시처럼 봐 주는 것이 당연지사. 월간 <아버지와 가정>에서 30대 기혼남성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장모가 사위에게 던지는 말 중 가장 가슴 아픈 말 5위까지의 순위이다.

1위 "사실, 우리 애가 이렇게 살 애가 아니네."
2위 "자네가 능력만 있으면 우리 애가 왜 맞벌이 하나?"
3위 "우리 애가 얼마나 귀하게 자랐는지 아나?"
4위 "그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OO에게 시집 보내는 건데.."
5위 "정 힘들면 들어와서 살지 그러나."

뭐 이 정도 사위가슴에 못 박은 정도라면, 시댁에서 못 박아온 딸 가슴은 오죽 했을까? 허나, 제 사랑은 제가 가지고 다니는 것. 이제 사위도 백년손님은 아니다. 처가에 사랑 받는 사위 되는 것이 모든 갈등의 씨앗을 잠재우는 길일 것이다.

이미 길이 들어버릴 대로 들어버린 커플들은 가망 없다. 결혼 초기나 이제 막 신혼시절을 보내고 있는 커플이라면 사위의 위치나 처세에 대해 한번쯤 깊게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결혼한 아내가 어느 날 말없이 우울해 하거나 불만을 가지고 있다면 도대체 네 불만이 뭐냐고 다그칠 것이 아니라, 영리한 남편이라면 아내 모르게 처가에 선물을 보내거나 용돈을 드릴 것이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여자들은 결혼을 하면 대부분 효녀가 되고, 시댁과 비교해서 뭐가 좀 모자라거나 못해드린 것 같은 생각이 들면 약이 오른다. ‘네 부모, 내 부모’ 저울질은 대표적인 부부싸움의 건수가 아닌가 말이다.
사랑 받는 사위들이 제안하는 기본적인 처세술에 대해 알아보았다. 아마 미혼의 커플들에게는 ‘결혼이 이렇게 많은 갈등에 부딪혀야 하는 것인가’ 하는 회의가 들지 모르겠다. 미리 예비 남편이 있다면, 사위가 되려면 이 모든 것이 숙제라는 것을 귀띔해 주는 것도 좋겠다.

1. 경조사
남편인 내가 먼저 양쪽 집안의 경조사는 사람 수에 관계없이, 같은 촌수까지 동일하게 챙기자. 가격대 역시 미리 정해두는 것이 좋다. 그리고 경조사용 통장을 따로 만들어 공동으로 지출할 수 있도록 하자. 특별한 가족 행사를 챙기는 일은 아주 예민한 문제이므로 처음에 규칙을 정해두지 않으면 반드시 갈등의 소지가 된다.
상대방의 가족을 챙긴다는 생각보다는 내 부모는 내가 챙긴다는 심정으로 해야 가벼이 넘기는 일이 없다. 내가 내 부모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 배우자에게도 내 부모를 대접하게 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2. 명절
대표적인 명절인 추석과 설은 한번씩 번갈아 시댁과 처가의 방문순서를 정하자. 올해 추석에 시댁에 먼저 갔다면, 설에는 처가에 먼저 찾아 뵙는 식이다. 속상해 하는 부모님이 있을 수 있지만, 무조건 명절은 시댁을 먼저 가야 한다는 법은 없다. 더욱이 처가의 도움을 받고 있는 사위라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는 것을 강하게 주장하여 관철시켜야 할 문제다.
그리고 시댁에서는 며느리가, 그리고 처가에서는 팔 걷어 부치고 사위가 일하자. 명절이야 말로 내 딸이 가정적이고 다정다감한 남자와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인상을 장인, 모에게 심어줄 수 있는 가장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3. 임신&출산&육아
맞벌이를 하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 문제는 부부에게 사활을 걸어야 할 일이다. 처가에서 임신과 산후조리를 하게 될 시에는 반드시 생활비를 매달 드리거나, 산후조리 비용과 병원 비를 시댁에서 마련 하도록 하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물론 돈은 내 주머니에서 나가더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처가에 대한 시가의 예의이며 손주를 낳아도 나 몰라라 한다는 소리를 듣게 하지 않는 길이다. 육아를 줄곧 처가에서 하게 된다면 본격적인 처가살이가 시작되니 더더욱 처세를 잘 해야 할 것이다. 사위는 처가살이를 한다고 해도 장모가 해주는 밥을 얻어 먹어야 하는 처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해야 하는 며느리의 시집살이와는 다르다.

4. 금전(용돈&생활비)
기본적으로 자녀가 결혼하면 부모에게 얼마간의 정기적인 용돈을 드리는 것이 도리이다. 특별히 경제력 없는 부모라면 미리 결혼 전에 아내와 협의하여 생활비의 가격을 정해두자. 내가 버는 것이니 내 부모에게 얼마를 주던 상관 마라는 식으로 나오면 결혼생활 오래가기 힘들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경제력을 가지고 있는 부모에게는 부 정기적으로 용돈을 챙겨 드리는 것은 자율 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한다.

5. 고부갈등
이유 없이 서로 미움이 생기는 고부간의 갈등은 어느 누구도 해답을 주지 못한다. 하지만 처가에서는 가끔씩 아내의 고충에 대해 장인 장모에게 이야기 하고 때로는 시가 어른들이 너무 하신다 는 등의 내용으로 아내 편에 서서 말해줄 줄 알아야 한다.
더군다나 처가살이를 하게 된다면 완전히 반은 처가 편에 서서 있어야 한다. 필자의 남편은 종종 장모에게 시댁 어른들 흉을 너무 심하게 보는 편이라 오히려 친정 엄마가 우리 두 사람을 앉혀두고 야단을 치시며 시부모에게 잘하라고 타이르시거나 되려 나를 보고, 네가 잘해야 한다 시며 화살이 되돌아오게 만들기도 하니 참 영리한 남자다 싶다.

7~8월이 되면 야산에 피어나는 여름 야생화중에 ‘사위 질빵’이라는 것이 있다. 처가에 온 사위에게 일을 시켜야 하는데 다른 일꾼들에게 사위만 예뻐 한다는 소릴 들을까 봐 일부러 쉽게 부러지게 생긴 나뭇가지들을 엮어 질빵을 만들어 사위에게 주면서, 무거운 짐을 못 들게 했다는 이야기 때문에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여기에 비하면 ‘며느리 밑씻개’라는 야생화는 너무 상대적이다. 밭일을 하다 오줌이 마려워 볼일을 보고는 시어머니에게 나뭇잎 하나 꺾어 달라 했더니, 보기만 해도 가시가 무성하게 붙어 그곳에 불이 나게 생긴 나뭇가지를 꺾어 주었다는데 그 풀 이름이 ‘며느리 밑씻개’ 란다.

과거로부터 절대 미워하지 못할 대상이었던 사위와 장모의 사이가 근래 어려워진 데에는 안타까운 면이 없지 않다. 설사 내 딸이 시댁에서 구박을 받더라도 사위가 오면 씨암탉을 잡았던 그 분들이셨는데 말이다. 사위들이여, 부디 그 고귀한 사랑을 되찾을 수 있도록 철 좀 드시길…… 출산을 앞두고 친정에 와 있는 필자는 올 여름 유난히 그 사위질빵이라는 야생화가 어떻게 생겼나 실제로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사진 출처 / MBC드라마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