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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녀들과 연애하느라 곤욕이라는 남자들은 결혼하면 여자의 허영심과 바람이 잦아들 것이라는 희망을 가진다는데, 천만에 말씀이다. 우리 철이 엄마, 처녀 때 잘나가는 퀸카였다. 명품 좋아하고 살찌면 큰일나는 줄 알고 죽어라 다이어트 했으며, 철마다 성형외과에 드는 돈이며, 하루에 서너 잔은 마셔야 일상생활이 가능했던 그 놈의 ‘테이크 아웃’ 커피들. 난 거의 모든 여자들이 그럴 거라고, 결혼하고 애 낳고 살면 달라 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올시다. 출산 두 달 만에 모유도 끊고 살을 빼더니 처녀 때 입던 옷들을 꺼내 입으며 하는 말, “이 비싼 옷들 다시 못 입을까봐 얼마나 걱정했는지” 하는 거다.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내가 출근하고 나면 아내는 늘 그 브런치인가 뭔가 하는 모임을 갖는다고 차리고 나간다. 흐린 날도 선글라스 머리에 이고, 이제 갓 백일 넘은 우리 철이, 엄마 등살에 빨간 두건 쓰고 유모차에 실려 외출한다. 아내가 만나는 여자들이 다 똑같다. 그렇게 모여 패밀리 레스토랑을 전전하며 시간을 보내고, 비싼 아이들 옷이나 쓸데 없이 사댄다. 그리고는 집에 돌아와 밤새 하루 종일 찍은 사진을 미니홈피에 올리느라 정신이 없다. 남편은 저녁을 먹고 오는지, 무얼 입고 다니는지 신경도 안 쓴다. 솔직히 경제적으로 부담스럽고 아내가 자꾸 밖으로 다니며 외모를 치장하고 그러는 것이 마음에 안 든다. 아내가 되어도 여전히 처녀 때처럼 하고 다니려고 애쓰는 모습이 짜증나고 그 뒤치다꺼리를 계속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내 자신이 한심해 진다. 결혼 후에도 계속 화려한 모습을 유지하려는 아내, 자격 없다. (김규성, 37세 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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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세수도 안하고 트레이닝 복 입고 다닌다고 투정했던 남편이 이젠 너무 꾸미고 다닌다고 지랄을 떤다. 연애시절에는 누가 채 갈까 두려워, 하고 싶다는 거 다 해주고, 누굴 만나면 불안해 잠을 못 이루더니, 이제 결혼만 해봐라. 애 낳고 아줌마 되면 누가 거들떠도 보지 않을 테니 내가 귀한 줄 알고 잘하겠지, 하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남자들의 심리는 거의가 그렇다. 집에서 꾸미지 않는 아내를 보고 불평불만을 하며 아내에게 여자로서의 감정을 느낄 수 없어 외도를 했다느니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며 지 하고 싶은 짓은 다 하며 산다. 바람 피울 걱정 없는 아내가 든든하게 가정을 지켜주고 토끼 같은 자식들도 잘 키워주니 얼마나 좋은가. 그러다 우울증에 걸려 사네 못하네 하면, 누가 그러고 살라고 했느냐 한다. 너 하고 싶은 것도 하고 외출도 하고 옷도 사 입고 하지 그랬느냐고 한다. 이미 나이 먹고 몸도 불고 주름살 생겨 손주 보게 생긴 나이에 그런 말 해주면 아내에게 위안이 될까. 세상이 아무리 된장녀 욕을 해도, 다만 아줌마들은 된장녀가 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몸매를 가꾸기 위한 최소한의 투자, 집에서 밥 먹고 나가서 커피한잔 사 마실 정도의 사치는 그녀를 얼마나 아름답게 하는지 남편들이 모른다. 머리 질끈 메고 애를 들쳐 업고 시장에 가는 것보다는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고, 우아하게 화장하고 유모차에 아이를 앉히고 백화점에 가서 여유롭게 장을 보자. 꼭 비싼 것을 먹고 입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여자는 새로 산 스카프 한 장으로도 귀부인이 된 듯한 법이다. 아내, 엄마로서의 삶만이 정당하다며 아줌마들을 몰아 세우지 말자.
‘가치 있어 보이는 외모를 가지고자 하는 된장녀’ 그게 나쁜 것인가? 아줌마들에게 고하 노니, 처녀적 된장녀 버릇, 아줌마가 되도 버리지 말자. 그것이 우울증을 막는 길이며, 결혼 후 점점 나를 잃어 가는 것을 막는 방법이 될 테니까. 된장녀는 아무나 되나? 세상이 모두 된장녀 욕해도, 아줌마 된장녀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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