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정리함

다림질, ­면도할 때 물의 역할

서나노야 2006. 10. 22. 18:29
가소화 효과로 부드러워져
1996년 01월 23일 | 글 | 진정일 고려대 화학과 교수ㆍ |
 
우리는 다리미질을 하거나 면도를 하기 전에 옷감에 물을 뿜고 얼굴에비누거품을 칠한다. 왜 이런 것이 필요할까.

여기에는 화학적으로 어떤 유사성이 있다.

바싹 마른 면직물을 그대로 다리면 주름이 펴지지 않는다. 면을 다리미질하기 전에는 꼭 물로 어느 정도 적셔야 한다.

왜 그럴까. 면은 셀룰로오스 분자의 집합체인데 셀룰로오스 분자는매우 강직해 섭씨 2백25도 이상에서나 조금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물을 적셔주면 작은 물분자가 셀룰로오스 분자 사이를 파고 들어가강직한 셀룰로오스 사슬을 부드럽게 만든다. 따라서 빳빳하던 면직물은물로 적시면 맥없이 부드러워진다.

화학에서는 이 현상을 가소화라부른다. 따라서 면직물은 물로 가소화시키면 부드럽게 된다는 설명이다.즉 물은 셀룰로오스의 가소제다.

이렇게 부드럽게 된 면직물에 뜨거운 다리미를 누르면서 움직이면 주름 부분에 있던 셀룰로오스 분자들이다리미가 누르는대로 움직이면서 다시 자리를 잡아 정돈한다. 그동안 물은 증발하며 면직물의 주름이 사라지고 다시 빳빳해진다.

모직물 다리미질은 면직물보다 조금 더 힘이 든다. 모직물은 단백질 섬유로 되어있고 물로 가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단백질 사슬을 잇고 있는 다리결합을 끊어야 한다. 이때문에 모직물은 더 무거운 다리미로 오랫동안 눌러주어야 한다.

그러면 면도전에는 왜 비누거품을 얼굴에 잔뜩 발라야할까. 비누가 미끄러우니까 면도날이 잘 움직이라고 그렇게 하는 것일까. 이는 부분적인 답에 불과하다.

수염은 머리카락과 똑같이 피지가보호막을 이루고 있는 케라틴이라는 단백질로 되어 있다. 수염에 비누를 바르지 않은채 면도를 하면 수염이 빳빳해 아픔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뜨거운 물수건으로 턱부분을 잠깐 덮었다가 면도를 하면 아픔이휠씬 줄어든다. 뜨거운 물이 수염을 가소화하여 부드럽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을 싫어하는 피지 성분이 수염의 보호막을 이루고 있기때문에 차가울 때는 물분자가 이 보호막을 뚫고 수염의 케라틴 분자에접근하기 힘들다. 따라서 차가운 물은 별로 효과가 없다.

이 피지보호막을 파괴하여 없애면 물이 훨씬 쉽게 케라틴 단백질 사슬에 접근해 가소화할 수 있게 된다. 이 역할을 바로 비누거품이 담당한다. 따라서 비누거품은 피지 제거제와 가소제를 동시에 공급해 뜨거운 물을 사용하지 않더라고 아침마다 겪는 면도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다.

물분자야, 비누분자야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