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정리함

相生相和, 남북 평화 찾는 길”

서나노야 2006. 10. 22. 17:15
相生相和, 남북 평화 찾는 길”



지난달 29일 원불교 다섯 번째 최고 지도자로 선출된 경산 장응철 종법사. 윤영찬 기자
■ 원불교 5대 최고지도자 경산 장응철 종법사

신임 종법사는 머리 위만 가리는 하얀 털모자를 쓰고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17일 오후 전북 익산시 원불교 중앙총부에서 열린 경산 장응철(耕山 張應哲·66) 종법사의 기자회견장. 그는 원불교 입교 후 처음으로 깎은 머리가 다소 어색한 듯 기자회견 도중 모자를 잠시 벗기도 했다. 경산 종법사는 장수로 치면 ‘덕장(德將)’에 가깝다. 시종 웃는 얼굴이다.

그는 북한 핵문제라는 묵직한 주제를 인사말로 던지며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북한 핵이라는 엄청난 문제가 있는데 어떻게 평화롭게 남북이 ‘상생상화(相生相和)’할 수 있는지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진정한 평화에 이르려면 한쪽이 이기고 한쪽이 지는 싸움이 아니라 상대와 조화하고 어려운 쪽을 구해 내는 화공(和共)·구공(救共) 통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경산 종법사는 원불교 91년 역사상 다섯 번째 최고 어른이다. 교조 소태산 박중빈(少太山 朴重彬·1891∼1943) 대종사, 정산 송규(鼎山 宋奎·1900∼1962), 대산 김대거(大山 金大擧·1914∼1998), 좌산 이광정(左山 李廣淨·70) 종사의 법맥을 계승했다. 종법사는 불교 조계종으로 치면 종정에 해당한다.

등록 신도가 140만 명인 원불교는 좌산 종법사 시절 원음방송 개국, 군종 진입, 평양 국수공장 설립, 캄보디아 무료 구제병원 개원 등 외형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성장은 ‘내실 다지기’라는 또 다른 요구에 직면했다. 경산 종법사는 이 같은 교단 내부의 바람을 타고 당선됐다. 이를 의식한 듯 경산 종법사는 “뜀박질을 하면서 달려오다 보니 피로증후군이 있을 수 있다”며 “발전에 따르는 문제인데 어떻게 충전해서 나갈 것인가, 내실을 다질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경산 종법사와의 일문일답.

―원불교가 우리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종교적 역할이 있다면….

“대종사께서 제창한 교법의 내용이 현대와 미래사회의 비전을 담고 있다. 과거에 이미 남녀평등과 투명한 일 처리를 주장했고 남녀 상하 좌우가 회통하는 대중사회를 지향해 왔다. 앞으로 저희 교단은 한국 사회에서 ‘정신적 자주력’을 기르는 데 주력하겠다. 주체적이고 자주적인 순수정신을 함양해 욕심을 절제하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선양하고, 그럴 때라야만 물질만능시대에 개인이 물질을 선용하며 살아갈 수 있다.”

―정부의 ‘퍼주기’가 북한 핵폭탄으로 돌아왔다는 비판도 있다. 원불교도 북한을 많이 지원해 왔는데 수정할 의향이 있는가.

“5, 6년 전 북한에 다녀왔는데 가난한 동생, 가난한 형제를 만난 것 같았다. 그렇게 어려운데 이념이나 잘잘못을 따져 주고 안 주고를 결정해야 하는가. 교단 차원에서 지금까지 50억 원 정도를 지원했고 매년 3억∼4억 원 정도가 간다. 여기서 취소하면 준 것이 아깝지 않나.”(웃음)

―좌우명이 있다면….

“도의 맛을 많이 볼 수 있도록 하고 덕의 분위기를 만드는 도미덕풍(道味德風)이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온 것처럼 지도자(종법사)가 있는지 없는지 의식하지 못하고 출가자 재가자들이 자기 일처럼 신명나게 교정에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 작은 것을 키워 크게 만드는 ‘이소성대(以小成大)’의 원칙은 교단 운영의 철학이다.”

경산 종법사는 “남은 생애를 교단의 발전에 바치겠다는 사무여한(死無餘恨)의 마음으로 네 분 스승의 뒤를 따라 삭발을 했다”며 “입은 적게 하고 귀는 키워서 대중의 마음을 내 마음으로 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익산=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