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정리함

[경제연구]풍요로운 복지, 작은 정부

서나노야 2006. 10. 3. 07:05
한국과 일본은 최근 비슷한 시기에 국가의 미래상과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을 제시하는 비전 2030을 발표하였다. 한일 양국 모두 저출산·고령화의 급속한 진전과 세계화 등 대내외적인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전략과 비전을 마련하였다. 우선 비전 2030 체계를 비교해 보면 한국은 비전의 3가지 목표상으로 ① 혁신적이고 활력 있는 경제 ② 안전하고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 ③ 안정되고 품격 있는 국가 등 추상적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① 개방된 문화 창조 국가 건설, ② 건강 수명 80세, ③ 민간 주도의 풍요로운 공(公)과 작은 정부라는 보다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양국의 `비전 2030`의 내용을 토대로 대내외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략 부문이라고 판단되는 비전의 목표, 성장 전략, 경제 구조 변화, 복지, 재정, 교육 측면을 비교해 보면 양국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 목표에 있어 한국은 `양적 선진국`을 일본은 `질적 선진국`을 추구하고 있다. 정책 목표로 삼고 있는 선진국의 지향점에 있어 한국이 경제 지표나 국가 순위 등 양적 목표를 추구하는 반면, 일본은 문화 창출력, 세계 지식 개발 거점 등 양적 목표보다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한 차원 높은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둘째 경제 성장 전략에 있어 한국은 `투입 의존형`, 일본은 `효율성 제고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은 특정 산업들에 대한 집중 육성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증대시키는 `투입 의존형 성장 전략`에 상대적으로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으나, 일본은 시장 경제 원리 확대, 이노베이션 확산 등을 통한 효율성 제고형 성장 전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셋째 경제 구조 변화에 있어 한국은 `무역 의존형`을 일본은 `투자 입국형`을 추구하고 있다. 한국의 2030년 비전에는 세계 시장 점유율과 FTA 확대 등을 강조하고 있어 한국 경제가 무역 의존형 경제 구조를 이어갈 것으로 판단되는 반면, 일본은 무역의 이익을 줄이고, 글로벌 투자를 확대시키는 투자 입국으로의 경제 구조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넷째 복지 측면에서 한국은 `시혜적 복지`를 일본은 `자립 지원형 복지`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한국은 소외 계층에 대한 사회 보호 강화를 추구하는 `시혜적 복지` 정책의 비중이 높으나, 일본은 평생 학습 등을 통하여 국민들을 자립하게 하는 `자립 지원형 복지` 정책에 보다 더 역점을 두고 있다.

다섯째 재정 측면에서는 한국은 `큰 정부`를 일본은 `작은 정부`를 선호하고 있다. 한국은 복지 정책 비중 증가로 큰 정부를 지향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필수불가결한 부문을 제외하고 민간 부문의 역할을 증대시키는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목표로 한다. 다시 말해 일본은 풍요로운 복지 사회 건설을 추구하나, 정부의 역할은 최소화 하는 작은 정부의 실현을 지향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교육 부문에서는 한국은 `공급자 중심`, 일본은 `수요자 중심`의 교육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교육 제도 개편과 고용 구조 개혁 등 공급자 중심의 교육 정책에 역점을 둔 반면, 일본은 수요자 편에서 다양한 선택과 재교육 기회 확보, 국제화를 염두에 둔 외국어 학습 확대 등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상과 같은 경제 전략의 차이는 많은 부분 양국의 경제 발전 단계상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21세기가 개방성, 효율성, 창의성을 중시하는 사회로 경제 패러다임이 빠르게 이동하는 점을 감안하여 향후 한국의 비전은 수정 보완될 여지가 있다. 우선 발전 목표를 21세기 패러다임 변화에 맞추어 보다 구체적이고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설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추진 전략에 있어서도 21세기 시대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작은 정부, 민간의 활력 최대한 활용, 수요자 중심의 정책 구상이라는 측면을 향후 한국의 경제 발전 전략을 구체화하는 데 반영시켜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일본의 비전 2030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크다고 할 수 있다.

홍순직 수석연구위원 (☎ 3669-4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