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용 내일신문 논설 주간
일본 도쿄대가 가장 높은 투자등급인 트리플 A(AAA)를 받았다 한다. 일본 최대신용평가기관인 R&I가 도쿄대의 선진경영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AAA는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인 소니와 캐논도 받지 못한 것으로 도요타와 덴소 등 8개 기업만이 이를 보유하고 있다. 도쿄대는 최근 미국 시사잡지 뉴스위크가 평가한 세계대학 순위에서 14위를 차지한 바 있다. 도쿄대가 이렇게 선진적인 평가를 받게 된 것은 2004년 국립대학 법인화가 시행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법인화 이후 교육과정과 수업료 등을 자율 결정하게 됨에 따라 모든 조직이 효율적으로 돌아갔다. 경쟁 논리에 따라 경영도 선진화됐다. 개교 이래 처음으로 미국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에 의뢰해 경영진단도 받았고 도쿄대학 브랜드의 각종 상품을 개발하는 등 수익사업에도 달려들었다.
특수법인된 뒤 도쿄대 트리플A등급에 세계14위● 그렇다면 한국의 최고명문대학이라는 서울대는 어떠한가. 1946년 개교 이후 서울대는 한국에서 가장 우수한 고교졸업생을 받아들이건만 세계 100대 대학에 끼지 못한다. 서울대는 폐쇄적인 조직이다. 교수의 80%이상이 본교 출신으로 대다수가 국제적 엘리트가 아니라 국내 엘리트에 불과하다. 세계의 명문대는 세계를 대상으로 교수와 학생을 선발하나 서울대는 한국에서 뽑는 것이 특색이다. 서울대가 세계에서 기대보다 각광을 받지 못하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정부 산하의 국립대학이기 때문이다. 자율성이 없는 조직인 것이다. 게다가 지난 1995년 김영삼 정부 시절 세계적인 명문 대학 육성을 위한 계획으로 국립대 법인화가 추진됐지만 11년째 진전이 없다. 일본보다 먼저 착안했지만 교수와 교직원들의 반발로 국립대 법인화 논의는 현재 중단된 상태이다. 서울대에는 우수한 고교졸업생이 입학하나 대학측에서는 교수와 학생에게 풍부하게 재정을 지원할 형편도 못되고 소장도서도 형편없다. 기자재 또한 부실하기 그지없다. 여기에 세계적인 석학 또한 없으니 서울대가 세계 100대 대학에 들지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답은 나와 있다. 서울대 등 국립대학이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법인화해야 한다. 특수법인으로 바뀌면 인사와 예산 등에서 정부 규제에서 벗어나 자율화되고 그만큼 효율적으로 대학이 운영될 수 있는 것이다. 서울대도 마침 새 총장이 부임한 만큼 4-5년 뒤에 하겠다고 할 것이 아니라 내년에라도 당장 하겠다고 선언하고 정부와 협의에 들어갔으면 한다. 대학의 경쟁력은 그 대학이 얼마나 우수한 인재를 보유하고 재정이 충실하느냐에 의해 결정되지만 대학자율성이 얼마나 확보돼 있느냐는 것에도 좌우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대학은 학사행정의 자유를 갖지 못하고 자율적으로 학생선발을 할 수 없었던 데서 다른 나라 대학에 비해 경쟁력을 갖출 수 없었다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논술과 면접을 강조하는 서울대의 2008학년도 입시요강이 대학의 학생선발권을 확대하는 긍정적 측면으로 승화되기를 기대한다. 김신일 새 교육부총리의 교육부도 입시와 운영 등 대학에 대한 획일적 통제적 규제를 과감히 철폐해 각 대학들이 자율과 창의의 정신 아래 대학을 발전시킬 것을 고대한다.
국립대 법인화 바람직 … 대학 자율성 존중돼야● 교육은 21세기 정보화 사회에서 우리가 살아남기 위한 중대과제이다. 특히 고등교육은 치열한 생존경쟁의 장에서 우리 겨레와 민족이 먹고 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해야 하는 장인데 그동안 너무 소홀히 다뤄온 것이 사실이다. 평준화의 미망 속에서 너무 경쟁의 논리가 치열하게 작용하지 않은 영역이다. 경쟁은 교육에서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잘못된 평준화 논리 속에서 국민들이 오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고등교육기관인 대학간 치열한 경쟁 속에서 3만 달러 달성도 가능하고 선진국 진입도 가능함을 알아야 한다. 시장경제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세계적인 명문 대학들이 탄생할 수 있다. 국립대는 법인화를 통해 자율적인 조직으로 거듭나고 사립대의 경우 건물과 캠퍼스 확대보다 세계화와 교육과 연구의 질 개선에 몰두해 세계 속의 명문대로 우뚝 서기를 고대한다. 한국의 대학은 더 이상 우골탑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21세기에 모습을 드러낼 ‘선진국 코리아’의 자랑이 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