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아파트 단지 광고가 바뀌었다. 웅장함과 화려함, 그리고 ‘상류사회’에 맞춤하는 주거지라는 점을 광고하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도심 속에서도 푸른 자연과 (가능하다면) 공원에 시원한 분수나 샘이 흐르는 쉼터 같은 집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기호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도시에서 일어나는 소음과 때론 동물원처럼 느껴지는 갑갑함이 스트레스와 공격성을 높이는 데 한몫 한다는 사회학자들의 보고서가 나온 지도 이미 오래다. 늘 편안하고 안락한 전원에서 생활하지는 못할지라도, 복닥거리는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자연을 벗삼아 친환경적인 분위기 속에 관광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수요를 잘 반영하여 나타나고 있는 상품이 바로 ‘그린투어리즘’을 적용한 여행 상품들이다.
그린투어리즘이 처음 시작된 것은 1949년,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이후의 프랑스에서 소도시의 관광 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다. 중요한 것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친환경적인 관광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참살이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기호, 쇠퇴해 가는 농촌의 개발, 그리고 무분별하게 파괴되고 있는 환경을 지켜 나가고자 하는 세 가지 요구가 잘 맞아떨어져 발전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녹색관광’이라고 바뀌어 불리면서 농촌 관광에 수요가 활발해짐에 따라 농촌 지역 경제를 살리고자 관공서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위기다. 고장의 독특한 계곡과 희귀한 1급수 물고기인 산천어 축제, 잘 가꾸어진 화훼 단지, 광고에도 등장해 잘 알려진 싱그러운 녹차밭, 탐스런 밤과 대추를 따는 동산 등을 적극 활용해서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 종래의 민박 개념인 팜스테이(Farm Stay)를 한층 업그레이드해 관광의 내용과 쾌적함을 향상시키려는 의도다.
이제 슈퍼마켓의 진열대에 가득한 유기농 상품들은 ‘싱싱한 풀을 먹고 자란’ 육류, 그리고 흙 묻은 당근처럼 좀더 자연과 가깝고 오염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강조하고 있다. ‘효율성’ 대신에 조금 느리고 은근하더라도 순수함, 청결함, 친환경성을 표방하는 상품들을 고르기 시작한 소비자들. 앞으로 그린투어리즘의 과제는, 상품 수요를 충족시키면서도 얼마나 소비자의 기호에 맞추어 신선하고도 역동적인 자연의 모습을 유지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달려 있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