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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을 하려고 합니다. 동남아 여성에게 관심이 많은데요. 특히 베트남 여성이 착하고 순종적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강순* 48세)
러시아의 팔등신 미녀와 정말 결혼할 수 있는 걸까요? 필리핀 여자는 고학력자가 많다고 하던데요. 그래도 말은 잘 듣겠죠? 의사소통이 어렵긴 하겠지만 그래도 착하고 말 잘 듣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김창*51세)
나이가 너무 어리고 예뻐서 걱정 되요. 베트남 여자가 생활력도 강하고 몸매도 끝내 준다고 하던데……말이 안 통하면 싸울 일도 없겠죠. 살림 잘하고 부모님 잘 모시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이승*39세)
농사 짓고 집은 전세에 부모님 공양까지 해야 한다고 하면 어느 여자가 시집을 오느냐는 볼멘 소리는 이미 십 수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출산의 성 비율이 원천적으로 남녀 인구 차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그나마 결혼 적령기에 들은 여성들 역시 대부분 사회생활을 하고 경제력을 가지고 있으며, 예전처럼 결혼 상대를 만나 그 사람에게 운명을 맡기고 순종적으로 집안 살림의 일 부분이 되어 살지는 않는다. 동남아 여성과 재혼을 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상담소를 찾아와, 한국 여성들에게 심적으로 상처를 많이 받아 더 이상 한국 여자라면 치가 떨린다는 식으로 말한다고 한다. 고분고분하고 주어진 삶에 만족하고, 불평 없이 살림하면서 살아줄 여자가 필요하다는 것. 그들 자신도 더 이상 어떤 한국 여성들도 자신과 결혼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눈을 돌리는 것이라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들 자신은 왜 변하지 못하는가 하는 안타까운 생각도 든다. 누군가 자신이 삶에 끼워 맞춰 군소리 없이 만족하고 살아 주길 바라고만 있는 것은 아닐까? 동남아 여성들과 재혼하여 행복한 부부들도 많지만, 그 속을 들어다 보면 누구나 안타까운 속사정들은 있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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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벌써 6년째 인도네시아에서 생 활하다 보니 이곳에서도 한국 남성과 결혼해서 사는 현지 여성들을 많이 본다. 그녀들은 자국에서 외국남성, 그것도 자신의 나라보다는 선진국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한 것이라 어깨를 으쓱하고 다니는 면이 없지 않다. 같은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한국 남성과 결혼한 여인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그녀들이 누리는 경제적 풍요로움과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하얀 피부(동남아에서 한국인들의 피부는 굉장히 하얀 편에 속함)의 아이들까지 특별 대우를 받는다. 그녀들에게 한국 남성은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절대적인 미남자로 통한다. 처음에는 농담인줄 알았더니, 50이 넘은 아저씨를 보고도 30살 같다고 서슴없이 말하고, 신사적이고 깨끗해서 좋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돈이 많아 (현지인들에게는 한국 돈 20~30만원이면 떵떵거리고 사는 수준) 최고의 신랑감이라고. 그리고 그곳에서 현지 여인과 결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재혼이며 본국에 아내와 자식이 있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그런걸 알면서도 개의치 않고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산다. 그리고 남자가 본국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 자식을 키우며 또 다른 사람을 만나 결혼해서 살곤 한다. 순종적이고 착하다는 의미는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낙천적이며 그래서 한번에 돌아서기도 하고,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데도 주저 하지 않는 그네들의 성품을 잘못 해석한 탓도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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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바람을 피워요.” “늘 바깥에서 시간을 보내고 늦게 들어와요.”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해요.” 한국 남성과 결혼하여 살고 있는 동남아 여성들이 자주 하는 불만들이다. 난 오히려 그녀들의 본국으로 가서 산다면 더 여유롭고 행복한 생활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한국에서 어려운 경제적 여건을 견뎌가며 말도 통하지 않고, 아이들은 차별대우를 받으며 사느니 왜 아내의 본국으로 가서 살 생각은 하지 않는지. 한국 남성들은 순종적이고 착한 여자를 구했다고 안심하겠지만, 결국 여자는 여자이며, 아내는 아내이다. 말이 통하지 않아 속내를 이야기 할 수 없으니 답답함이 쌓이고, 남자는 밖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 진다. 심지어 동남아 현지에서 사는 한국 남성들도 집에 들어가는 시간보다 아무 일이 없어도 밖에서 휴일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한국 남성들은 단지 아무 불만 없이 순종하며 살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동남아 여성들을 찾지 말기를. 그들이 한국 여성들을 외면하고 외국 여성들과 살겠다 하여 나오는 질투 섞인 목소리가 아니다. 동남아 여성이든 한국 여성이든, 똑 같은 인간이며, 남성 스스로가 변하지 않는 이상, 눈 멀고 귀 먹은 신부를 데려 오더라도 같은 실수는 반복될 테니까 말이다.
낯선 타국에 한 남자를 바라보고 인생을 걸어 온 그녀를 위해, 그가 한국 여성에게 했던 것 보다 더한 노력을 해야 행복해질 수 있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시간을 내어 한국말을 가르쳐 주는 노력을 하고, 이웃과 친구를 사귈 수 있도록 배려하며, 본국의 가족들에게도 관심을 가지고 종종 시간을 내어 처가도 오가며 지내, 향수병에 걸리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 그는 돈을 주고 쉽게 아름답고 젊은 배우자를 골라 왔겠지만, 그 대신 그녀를 정말 내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 어떤 까다로운 한국 여성 이상으로 노력을 쏟아 부어야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으리라 본다. 그리고 그녀들도 한국에 살면서 더 이상 복종만 하는 동남아 여성이 아니라, 결국은 똑 같은 한국 아줌마로 변해 갈 것이라는 사실도 간과하지 말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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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방송작가. 교양, 오락, 다큐멘터리 등 비드라마부문 섭렵. 어디든 파고드는데(?) 끼 있는 여자. '때로는 드라마처럼, 쇼처럼 우리의 인생을 구성할 수는 없을까?' 그녀의 치밀한 러브&섹스 콘티 제안, Ready? Action!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