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화발증유사령(聞梨花發贈劉師令)-한유(韓愈768-824)
빼꽃이 피었다는 말을 듣고 유사령에게-한유(韓愈)
桃溪惆愴不能過(도계추창불능과) : 도계가 애처로워 건널 수가 없다네
紅艶紛紛落地多(홍염분분낙지다) : 붉은 단풍 어지러이 땅에떨어져 수북히도 쌓였지
聞道郭西千樹雪(문도곽서천수설) : 듣자니, 성 서편에는 천 그루 나무마다 눈꽃이 피었다지
欲將君去醉如何(욕장군거취여하) : 그대와 가서 취하고 싶은데 그대 생각 어떠한가
<감상1>-오세주
작자 한유(768-824)는 당나라 사람으로 자는 퇴지(退之), 시호는 문공(文公)이다.
그는 댓구 중심의 병려문체를 버리고 자유로운 형식의 고문을 써서 유종원과 함께 당시의 문체를 바꾸었다.
그는 철저한 유학 중심의 사상을 가지고 있어 도교와 불교를 배척하였다. 이러한 그의 영향은 송대 도학의 선구가 되었다.
그의 시는 이러한 그의 산문 정신을 반영하여 여러 가지 소재를 다루어 산문적으로 길게 읊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1구를 보자
桃溪惆愴不能過(도계추창불능과) : 도계가 애처로워 건널 수가 없다네
장소는 복사꽃(桃) 늘어선 개울(溪)이다. 이 개울물을 작가는 지나지(過) 못하겠다(不能)고 한다. 이유는 애처로워서 지날 수 없다고 한다.
우리는 여기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왜 복사꽃 늘어진 개울물을 지날 수 없는가.
여러 가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개울물이 너무 깊은 것. 개울 건너편에 무슨 위험한 상황이라도 벌어진 것. 가져올 물건이라도 빠뜨려 다시 돌아가야 하는 형편. 또는 누구를 버리고 떠나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도저히 버리고 그냥 가지 어려운 일. 기타 여러 가지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복사꽃 늘어선 개울이라는 배경과 애처로워 개울을 건너지 못 하겠다는 작가가 처한 문제 상황이 제시되어 있다.
2구를 보자
紅艶紛紛落地多(홍염분분낙지다) : 붉은 단풍 어지러이 땅에 떨어져 수북히도 쌓였지
그러나 그 이유는 전혀 뜻 밖이다.
개울 주변에 복사꽃(紅艶)이 어지러이紛紛 땅(地)에 떨어져(落) 수북히 쌓여 있다(多). 그리고 떨어진 복사꽃이 조금도 시들지 않았다. 마치 나를 위해 뿌려진 것처럼 화려하고 신선한 것이었다.
그래서 차마 그 꽃을 밟고 지나가지 못해겠다는 뜻이다. 더구나 말을 타고 간다면 그 꽃이 말 발굽에 짓밟히게 된다. 그러면 그것이 너무 애처로워 차마 지나가지 못하겠다는 뜻이다.
아주 낭만적인 이유이다. 작가의 감성이 드러나보이는 구절이다. 악착스런 현실의 합리와 이익의 법칙에서 벗어나는 순간이다. 아름다움과 정이 더 작자를 움직이는 심정이 된 것이다.
여기서는 개울을 건너지 못하는 이유가 복사꽃이 떨어져 그것을 밟고 지나기가 너무 애처로워 차마 지나지 못하겠다는 1구의 문제 상황에 대한 이유가 제시 되어있다.
3구를 보자
聞道郭西千樹雪(문도곽서천수설) : 듣자니, 성 서편에는 천 그루 나무마다 눈꽃이 피었다지
이때 이 복사꽃을 보고 문득 전해들은 말이 생각난(聞道)것이다. “성 밖 서쪽(郭西)에는 많은 배꽃(千樹)이 피어 마치 눈(雪) 내린 것처럼 화려다”는 말이다.
여기서는 1, 2에서 조성된 작가의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단서로서 개울 건너 성 서쪽에 배나무 마다 꽃이 피어 마치 눈이 내린 것 같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 생각났다는 것이다
4구를 보자
欲將君去醉如何(욕장군거취여하) : 그대와 가서 취하고 싶은데 그대 생각 어떠한가
배꽃이 눈처럼 활짝 피었다는 말에 작가는 유사증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와 관계된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으리라.
이 개울을 건너면 그대와 만나리라. 그 곳에서 그대(君)를 데리고(將) 화창한 날씨에 화려한 배꽃 핀 곳으로 가서(去) 술에 취하며(醉)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네 마음은 어떠한가(如何). 물론 좋아하겠지. 조금만 기다리게 나 지금 가고 있네. 조금만 기다리게나 친구여.
여기에서는 3구에서 생각난 성 밖 서편의 배꽃으로 친구가 생각나고 그 친구와 술에 취하여 그 화려한 배꽃을 감상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갈등이 해소되고 있다.
이 시는 결국 개울을 지나다가 떨어진 복사꽃을 보고, 성 밖 서쪽에 배꽃이 활짝 핀 소식을 듣고 친구 생각이 문득나 그와 술에 취해 봄의 한 때를 즐겨보자는 작가의 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상을 향하여 현실 문제에 골몰하는 행정가와 유학자적인 품성을 가진 작자가 <현실을 잠시 벋어나 친구와 자연을 즐기려는 낭만적 감성>을 보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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