紫布岩乎 希
執音乎手母牛放敎遣
吾 兮不喩慙 兮伊賜等
花 兮折叱可獻乎理音如
■ 현대어 풀이
자주빛 바위 가에
잡고 있는 암소 놓게 하시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 배경설화
성덕왕 시대에 순정공이 강릉 태수로 부임할 적에, 가다가 바닷가에 머물러 점심을 먹었다. 곁에는 돌로 된 산봉우리가 병풍처럼 바다에 다가서 있는데, 높이가 천 길이나 되었고, 그 위에는 철쭉꽃이 무성하게 피어 있었다. 순정공의 부인 수로가 이것을 보고 좌우에 있는 이들에게 말하였다. "꽃을 꺾어다 바칠 사람이 그 누구인고?" 종자(從者)들이 말하였다. "사람의 발자취가 다다를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 모두들 불가능하다고 물러섰는데, 그 곁으로 암소를 끌고 지나가던 노옹이 수로 부인의 말을 듣고는 그 꽃을 꺾어 오고 또한 노래를 지어서 바치었다. 그 노옹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었다. <삼국유사> 권2 기이 제이(紀異 第二) 수로 부인편
■ 핵심정리
1.주제 : 꽃을 바침
2.내용 : 아름다운 수로부인에게 꽃을 꺾어 바치며 부른 노래
3.의의 : 신라인의 소박하고 보편적인 미의식을 보여주는 서정시
■ 이해와 감상1
민요의 기본 형식을 취하고 있는 작품이다. 용에게 잡혀갔다는 내용을 미루어 볼 때 수로부인을 무당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이에 따라 헌화가와 해가를 굿에서 불렀을 굿노래, 즉 무가로 보기도 한다.
한편, 조동일님의 경우 좀더 상세한 견해를 제시하기도 한다. 당시 경주 변방에 민심이 소란하자 순정공은 힘으로 다스리고, 부인으로 굿을 다스리기 위해 함께 갔을 것이라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이에 따르면, 수로부인은 동해안 지역을 돌며 굿을 여러 번 했을 것이며, '꽃거리'라고 이름 짓고 싶은 곳에서는 헌화가를 부르고, '용거리'라고 할 대목에서는 해가를 불렀을 것으로 추정한다. 헌화가는 상층 굿에 이미 수용된 노래이고 해가는 현장에서 채집되어 한번 부르고 만 하층민들의 토속적인 무가이기 때문에 헌화가는 향가로 남고 해가는 한역되어 단순히 자료로 기록되기만 했다는 견해이다. 신라의 지배층은 나라를 다스리기 위해 불교를 최고 이념으로 삼고, 유교에 입각한 제도와 관습을 채택하기도 했다. 아울러 무속의 전통을 함께 이어 융합을 꾀했으며, 특히 민심을 수습할 필요가 있을 때는 굿을 했을 것으로 보아진다.
■ 이해와 감상2
정연찬은 현대어로 "붉은 바위 끝에(제 4구 꽃으로 연결), (부인께서) 암소 잡은 (나의) 손을 놓게 하시고, 나를 부끄러워하시지 않으신다면, 꽃을 꺾어 바치겠습니다"라고 읽었다. 이 노래의 작자는 노옹이고 서정의 대상은 수로부인이. 암소를 끌고 가던 노인이 누구인지 모르나, 수로부인은 자태와 용모가 빼어나게 아름다워 깊은 산, 큰못을 지날 때마다 여러 번 신물(神物)에게 붙잡혀 갔다고 한다.
그런데 허영순은 바다용에게 납치되었다가 나온 수로부인의 옷에서 나는 이상한 향기는 약초의 향훈이나 신경과민.정신이상에서 오는 무적(巫的)병을 기진 것이며, 미려하다는 수로부인 또한 때때로 무적 병을 일으키는 여성이라 하여 수로부인을 무당으로 간주하였다.
또한 안영희도 현대에 사는 무녀의 꿈에 벼랑에 있는 꽃을 신선이 꺾어 주더라는 꽃꿈이야기를 원용하여 수로부인의 이야기가 꿈이라 보고 수로부인은 보통 사람이 아니라 샤먼이요 용궁에 들어갔다가 나왔다는 이야기가 그것을 증명해 준다고 하였다.
노옹에 대하여 김종우는 소를 끌고 가는 노옹이니 다년간 잃었던 자기의 심우(心牛)를 붙들어 그 소의 고삐를 잡은 노인, 곧 자기 법열을 즐기면서 그립던 본가향으로 돌아가는 운수(雲水)의 향객이요 선승이라 하고 그렇지만 아직도 인아구망(人我俱忘)의 경지에 이르지 못하였던지 미모의 여인 수로를 보자 남성으로서의 심적 동요를 일으킨데다가 공교롭게도 한 떨기 꽃을 원하는 애처로운 장면에 봉착하여 여인의 애원에 호응해 주는 동정심이 깊고 자기를 희생하는 숭고한 성(聖)의 정신적 소유자라고 하였다.
그러나 김동욱은 <삼국유사>의 본문에 노승이 아니라 노옹이라 하였으며 노래의 형식 자체가 이른바 4구체가로서 사뇌가의 전형적인 형태에서 일탈되어 있으므로 이를 사뇌가의 계통에 넣는 것은 비약이 너무 심하다고 하였다. 김선기는 노옹이 끌고 가는 암소를 도교에서 "곡신(谷神)은 죽지 않으니 이를 이러 현빈(玄牝)이라고 한다."고 하는 '검은 암소'로 보아 예사 늙은이가 아니고 신선이 분명하다고 하였다.
<헌화가>와 관계되는 수로부인은 성덕왕 때 강릉태수로 부임하여 가는 순정공의 부인으로 여러 번 신물에 붙잡혀 갔었다고 할 정도로 절헤의 미녀였고 사람들을 감동하게 하였다. 또 가사를 지어 바친 노옹은 암소를 끌고 가던 사람이다. 이 암소는 생산능력을 가진 치부의 수단으로 보이며, 노옹은 물욕에 사로잡힌 완악한 완부(頑夫)로 보여, 꽃의 아름다움을 탐내는 수로부인에 대조시켜 볼만한 촌로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탐미적인 미녀 앞에서 완악한 완부가 애정을 읊조린 서정시로 신라인의 미의식을 나타내주고 있다. 꽃을 향한 수로부인의 정서와 미인 수로부인을 향한 노옹의 정서의 대조가 미의 상징일 수 있는 꽃에 수렴되기 때문이다. 철쭉 꽃이 아름답게 피어 있는 붉은 바의와 손네 잡고 있는 암소와의 대조로 물욕에만 사로잡힌 비린(鄙吝)을 스스로 느낀 노옹은 숭고하리만큼 아름다운 꽃을 탐내는 절세미녀의 탐미심 앞에서는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대상에 투사하여 자신에게 나타낸 자기표출로서 미의 추구를 최고의 욕망으로 나타내었다. 그래서 노옹은 자기의 탐미심도 만약 허락된다면 미녀에게 꽃을 꺾어 바치겠다고 그의 감동된 심경을 노래한 것으로 신라인의 소박하고도 보편적인 서정시라 하겠다.
'나만의정리함' 카테고리의 다른 글
3-2-2. 확장 구조 (0) | 2006.10.03 |
---|---|
自顧偶吟(자고우음) - 金炳淵(김병연) - (0) | 2006.10.03 |
황조가(黃鳥歌)(유리왕) (0) | 2006.10.03 |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백수광부의 처) (0) | 2006.10.03 |
태평사(太平辭)(박인로) (0) | 2006.1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