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정리함

북천가(北遷歌)(김진형)

서나노야 2006. 10. 3. 05:07
 

북천가(北遷歌)(김진형)

 

 

고참(古站) 역마 잡아 타고 배소(配所)로 들어가니 인민은 번성하고 성곽(城廓)은 웅장(雄壯)하다 여각(旅閣)에 들어 앉아 패문(牌文)을 부친 후에 맹 동원의 집을 물어 본관 더러 전하니 본관 전갈(傳喝)하고 공형(工刑)이 나오면서 병풍 자리 주물상을 주인으로 대령하고 육각(六角) 소리 앞세우고 주인으로 나와 앉아 처소에 전갈하며 뫼셔 오라 전갈하네 슬프다 내 일이야 꿈에나 들었던가 이 곳이 어디메냐 주인의 집 찾아가니 높은 대문 넓은 사랑 삼천석군 집이로다 본관과 초면이라 새로 인사 대한 후에 본관이 하는 말이 김 교리(金校理) 이 번 정배(定配) 죄 없이 오는 줄은 북관(北關) 수령(守令) 아는 배요 만이 울었나니 조금도 슬퍼 말고 나와 함께 노사이다 삼형(三營) 기생 다 불러다 오늘부터 노자꾸나 호반의 규모런가 활협(闊俠)도 장하도다 그러나 내 일신이 귀적(歸謫)한 사람이라 화광빈객(華光賓客) 꽃자리에 기악(妓樂)이 무엇이냐 극구(極口)에 퇴송(退送)하고 혼아 앉아 소일하니 성내의 선비들이 문풍(聞風)하고 모여들어 하나 오고 두셋 오니 육십 인이 되었구나 책 끼고 청학(請學)하며 글제 내고 고쳐지라 북관에 있는 수령 관장(關將)만 보았다가 문관의 풍성 듣고 한사하고 달려드니 내 일을 생각하면 남 가르칠 공부 없어 아무리 사양한들 모면(謀免)할 길 전혀 없네 주야로 끼고 있어 세월이 글이로다 한가하면 풍월(風月) 짓고 심심하면 글 외우니 절세의 고종이라 시주(詩酒)에 회포(懷抱) 붙여 불출 문외(不出門外) 하오면서 편ㅎ게 편ㅎ게 날 보내니 춘풍에 놀란 꿈이 변산(邊山)에 서리 온다



■ 시어 풀이


古站(고참):고역(古驛).
牌文(패문):편지.
傳喝(전갈):하인을 시켜 안부를 물음.
六角(육각):북.장구.해금.피리 및 태평소 한 쌍의 총칭.
敎理(교리):정오품(正五品) 벼슬.
定配(정배):유배(流配).귀양보냄.
北關(북관):함경도(咸鏡道).
三營(삼형):삼영(三營)의 잘못인 듯.삼영은 함경 감영(함鏡監營),명천 북영(明川北營),북병사
병영(北兵使兵營).
虎班(호반):무사(武士).
風月(풍월):음풍 농월(吟風弄月),곧 시(詩)를 말함.



■ 이해와 감상

  <북천가>는 김진형이 1853녀 6월에 명천(明川)으로 귀양가서 그 행 10월데 풀려 나오기까지 기간 동안에 느낀 심정과 체험한 생활, 경험, 견문 등을 노래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서울을 떠나 유배지로 갔다가 유배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그 체험의 특이성으로서, 또 당시 조선 사회의 정치적 현실의 반영과 그의 뛰어난 시적 형상 등으로 인해 우리의 주목을 끈다.

  이 작품에서 작자는 당시의 부패한 정계의 현실과 양반 사대부들의 호화방탕한 생활과 사대부들의 도덕적 위선 등을 잘 반영하여 노래하고 있다. 봉건관료로서 별로 고생을 하지 않고 편히 지내며 살아온 과정과 관련하여 당시의 정치적 현실에 대한 작가 자신의 비판적 의식은 아주 약하게 드러나고 있으나 작자의 체험에 밑바탕을 둔 사실적 묘사와 서술은 조선 시대의 정치적 상황을 매우 잘 포착하여 그려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작자는 상당히 원숙한 예술적 재능을 보여 주고 있으며, 적절한 형용어의 선택, 반복에 의한 강조 등은 작자의 내면 세계와 행동 및 자연 풍경을 생동감 있게 묘사할 수 있도록 하는 요소로 작용하여 인간이 가지는 희비애락의 감정들을 진실하게 나타낼 수 있도록 해 준다. 바꾸어 말하면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표현은 미약하나 작품의 형상화 면에서는 매우 높이 평가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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