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정리함

애인 없는 잘생긴 남자의 진실

서나노야 2006. 9. 26. 23:15
여자는 남자의 옷차림과 키를 보고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 여자들이 들으면 “말도 안돼, 난 그렇지 않아” 라고 하겠고 남자들이라면 “그런가? 맞아, 여자들은 그런 거 같아” 하고 공감을 할지 모르겠다.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글/ 젝시라이터 이지연
[공지] ‘젝시라이터 공모전’에서 당선된 이지연님의 글입니다. 앞으로 '은사장' 이라는 필명으로 꾸준히 젝시라이터 활동을 지속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이 말엔 숨겨진 어절이 있다. ‘남자의’ 와 ‘옷차림과 키로’ 사이에 ‘외모보다는’ 이다. 여자는 남자의 외모보다는 옷차림과 키를 본다. 이 말 맞다. 그렇지만 옷차림과 키만으로 사랑을 하진 않는다. 자, 이제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라는 말을 이젠 아시겠는지?
주변을 돌아봐라. 남자분이라면 애인이 있는 친구와 애인이 없는 친구를 간단하게 분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솔로인 남자들의 일률적인 의문점은 “왜 저런 놈도 여자친구가 있는데 왜 나는 없지?” 라는 것이다.
나는 내 주변의 솔로인 후배나 선배, 그리고 친구들에게 이런 질문을 한 백 번쯤 들었다. “나는 쟤보다 못한 점이 뭐가 있어서 여자친구가 없는 거야?” 그리고 실제로, 애인이 있는 남자보다, 솔로가 더 잘생긴 경우가 있다.
아니, 내 주변에는 많다. 키 180, 얼굴은 준 현빈 급인 녀석이 태어나 한번도 연애를 못해본 경우가 수두룩한 것이다. 그런 잘생긴 솔로를 옆에 두고서 내가 행복하겠다고? 대답은 No. 옆에 두면 둘수록, 벼락맞을 소리건만 "네가 그러니까 여자친구가 없지"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여자는 첫인상으로 절대 남자를 평가하지 않는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여자라는 것은 바지만 두르면 사족을 못 쓰거나, 연애의 기본도 모르는 연애세포 전무의 여자가 아니라, 연애가 뭔지 알고 사랑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아는, 여우의 기술을 잘 습득한 여자를 말한다.)
처음 보고 잘생겼다고 헬렐레 좋아 대시할 여자는 없다. 잘생기면 뭐하나, 이렇다 할 취미도, 재미도, 매너도 없다. 노래도 못하고 싫어한다. 운동도 못 한다. (주로 이럴 땐 남자들은 ‘안 한다’ 라고 표현한다. 알게 뭔가, 하는걸 보지 못했으니 여자 입장에선 '못한다'가 되는 것이다.)
성격은 무난하다. 그래서? 성격이 무난한 남자는 깔렸다. 여자에 대해 잘 모른다. 소심하다. 낯을 가린다. 친구 관계도 무난하다. 연애 경험 없다.
좋아하는 음식도 없다. 다 좋단다. 영화는 있으면 보고 아니면 만다. “다운 받아서 보면 되는데 굳이 뭐 하러…” 라는 말을 해주는 난센스. 옷은 있는 대로 입는다. 좋아하는 스타일은 없고, 브랜드 역시 관심 없다. 한마디로 이렇다 할 개성이 없어 존재감이 없는 것이다. 얼굴만으로 존재감을 밀기엔, 연예인이 아닌 이상 한계가 있다.
게다가 요새 거리를 활보하는 것들 보면 다 잘생겼다. (실상 그렇지도 않다. 다만 잘생긴 것들만 눈에 들어오니 길거리엔 잘생긴 것들 깔렸단 말이 나오지.) 깔끔하고 잘생긴 남자, 그렇지만 이렇다 할 개성이나 존재감 없이 무미한 얼굴로 앉아있는 남자에게 연애 감정을 느끼기는 정말 어렵다.
이런 남자들과 소개팅 한 여자가 그날 밤 친구와 대화할 내용은 뻔하다.

“오늘 소개팅 어땠어? 잘생겼디?”
“어.. 뭐, 얼굴도 괜찮고..”
“그럼 잘해봐?”
“글쎄, 나한테 관심이 없는 거 같아.”

이런 억울할 데가... 이들 잘생긴 솔로들은 여자가 온다면 뭐든지 할 준비가 다 되어 있건만.
게다가 이런 남자들은 친구들이 잘생겼다는 것을 인정해주기 때문에, 자신의 얼굴이 보통이상이라는 걸 알고는 있다. 그거 하나 믿고 있는 걸까? 얼굴은 보통이상, 그리고 튈 것 하나 없이 무난한 남자. 매력 없다.
게다가 여자의 심리를 전혀 모른다. 모르면 모르는 대로 여우들은 끌리는 맛이 있다 할지 모르겠지만 먹이감을 앞으로 던져 살랑살랑 흔들어 대도 그게 자기 먹을 건지 모르고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는 남자와 누가 연애를 하겠는가?

실제로 난 이런 남자를 만난 적이 있다. 연애경험이 전혀 없다고 하길래, 잘됐다 싶어서 여러 가지 먹이감을 흔들었다.
“어디서 알바 하신다면서요? 거기 놀러 갈 테니까 서비스 많이 줄래요?”
그 남자의 대답은 이거였다.
"아.. 제가 알바생이라 서비스는 잘.... 글쎄요. 사장님한테 물어볼게요."
오, 지쟈쓰. 누가 서비스 받으려고 거기 간댔니? 누굴 공짜에 환장한 아줌마로 보고 있다.

“스키 잘 탄다구요? 나 스키 좀 가르쳐줘요.”
“그럽시다. 진짜 날 잡아서 가죠?”
이래 놓고 한마디 덧붙이길, “근데 나 빡세게 가르쳐요.”
그럼 보통 여자들은 여우꼬리를 휘날리며, "아이, 나 빡센 거 싫은데.”
그랬더니 이 남자, 고집스럽고 짐짓 위엄 있는 얼굴로 한마디.
"빡세게 배워야 확실히 하죠. 그래야 배우는 거에요."
오, 지쟈쓰. 누가 진짜 스키 배우고 싶어서 너랑 가겠다 했니?

문자도 오갔다.
“모해요?”
“저 지금 플스해요.”
“뭐 하는 데요?”
“아, 저 XX 게임 해요.”
“그래요? 부럽다. 나도 그거 하고 싶은데!”
“좋아해요?”
“그거 재미 있다고 얘기 많이 들었는데, 해보고 싶어서요.”
“플스2 있어요?”
“아뇨, 없어요. 그러니까 부러워하지..”
“에이, 이거 별로 재미 없어요. 여자 분이라 별로 재미없을 거에요.”
오, 지쟈쓰. -_- 내가 이 나이에 진짜 그 플스 2게임이 하고 싶어서 그런 거 같니?
하고 싶다니까 게임 씨디 빌려주겠다는 이 단순한 연애세포 제로의 남자. 정말 매력 없다. 이 정도 던졌는데도 모르는 이 둔치 남자. 얼굴로 연애하는 거 아닌 이상, 어느 여자든 문자질 두세 번과 대화 두세 번에 포기할게 뻔하지 않은가?

연애엔 좀 오버센스가 되도 좋다. 그 오버센스가 자신감을 만드는 것이니, 여자의 의미 없는 한마디에 의미부여를 들이붓고 들이부어 ‘그 여자도 나한테 관심 있다!’ 이렇게 믿고 들이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