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정리함

비가 오면 광년이로 변신?

서나노야 2006. 9. 26. 22:57
비 오는 날을 좋아하면 이상한 사람이라 단정 지을 때가 많다. 특히 비만 오면 웃으며 빙글빙글 도는 여자를 우리는 미친 여자, ‘광년이’라 부르기도 한다. 사실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좋아하는 것과 ‘광분’하는 것은 엄연히 차이가 있다. 비가 올 때마다 광년이로 변신하는 당신,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산성비다, 감기 걸린다, 머리 빠진다, 별별 걱정을 다하며 비를 피하는 사람을 비웃으며 우산 따위는 제쳐버리고 비 맞는 것을 좋아하는 광년씨. 아마도 사람들은 사연 있는 여자 혹은 미친 여자로 볼 지 모르나 그녀에게도 이유는 있다.
왜 비를 맞냐고 물으신다면? “비를 맞으면 슬픈 기억, 나쁜 기억이 모두 씻겨 나가는 것 같아요.”, “비 냄새와 빗소리가 너무 좋아요”, “시원하고 재미있어서요.” 이처럼 나름의 이유는 있다. 사실 비를 꼭 피하란 법은 없지 않은가! 때로 답답하고 스트레스가 쌓일 때 시원하게 빗줄기를 맞아 보는 것도 좋을 듯. 깨끗해지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 But! 이것만은 조심하자. 비를 맞는 것도 좋지만, 속옷과 속살이 훤히 비치는 얇은 옷을 입고 비를 맞는다면? 에로버전으로 변모될 지 모르니 주의할 것!

비 오는 날에는 왠지 소주 한 잔에 삼겹살 혹은 막걸리 한 사발에 부침개가 생각이 나곤 한다. 과학적인 근거야 알 수 없지만 햇빛이 없고 비만 주루룩 내리니 평소보다 센티멘탈해지는 건 당연지사. 그래서 술잔을 기울이며 추억도 곱씹어보고 우울한 기분에 잠겨도 보게 된다. 비단 광년이 뿐만 아니라 비가 올 때 술을 찾는 사람은 많다. 특히 이런 날엔 대부분 옛사랑이나 아픈 기억을 떠올리며 알딸딸한 취기를 함께 느껴보기도 한다. 때로는 별다른 이유 없이도 비가 오면 ‘당연히’ 술을 마셔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끼니 때면 밥을 먹는 것처럼 습관으로 남은 케이스다.
* But! 자신은 센티멘탈한 이유일 지 몰라도 남이 보기엔 그저 술꾼의 변명일 수도 있다. 비가 오면 비가 와서, 화창하면 날씨가 좋아서, 추우면 추워서 온갖 이유로 술을 마신다면 절대 합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아~라암~” 일종의 조울증처럼 평소에는 잘 지내다가 비만 오면 축축 쳐지는 광년씨, 언제나 말이 없던 그 사람을 떠올리고, 빗소리를 그가 쳐 주던 기타소리(?)로 상상하며 눈물 짓는 그녀. 그야말로 비 올 때 마다 나타나는 중증이다.
또한 비가 오면 누구와 어울리기 보다 혼자 있기를 즐겨 하기도 하고, 때로는 고독에 지쳐 쓸데없이 눈물 짓는 청승을 떨기도 한다. 과학적으로도 약간의 근거는 있다. 비가 오면 빛을 받기 힘들어 멜라토닌 분비가 늘어나는데, 이 멜라토닌이 수면 및 진정작용을 유발해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고 한다. 유달리 기후나 온도변화에 약한 사람이라면 그 정도가 더 심할 듯.
* But! 고독해진다고 나무랄 사람은 없지만, 너무 과한 것도 문제. 괜히 울기만 하고 짜증만 느는 등 평소에 비해 변화가 심하다면 전문가나 주변 사람과 상담해 보는 것이 좋다.

누구는 비가 오면 축 처지기만 하는데, 누구는 비가 오면 유달리 업 되기도 한다. 비를 너무 좋아해서인지, 호르몬의 과한 분비 때문인지 비만 오면 기분이 좋아져서 평소보다 더 말을 많이 하고, 즐거워지는 광년씨.
평소에 비해 과감해져 적극적이고 돌발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비를 맞으며 뛰어다니고 춤을 춘다거나, 남자들에게 추파를 던지고, 온갖 사람들에게 쓸데없이 연락을 하기도 한다. 보름달이 뜨면 울어대는 늑대처럼 비가 오는 날에 대변신을 하는 광년씨.
* But! 비를 너무 좋아해서 하는 행동이라지만 대부분 비가 오면 축 처지기 마련. 다른 이들과 달리 기분이 업 된다는 것은 ‘광년이’로 취급 받을 수 있으니 업된 기분을 한두 단계 내려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혹 조울증을 갖고 있는 건 아닌 지 의심해 볼 수도 있다.

사진 출처/ 영화 <웰컴투 동막골>, <동갑내기 과외하기>, <소친친>,
<Singing in the r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