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상상속에 존재하는 귀신이라든가 외계인, 괴물처럼 이미 각인되어 있는 이미지를 특수분장의 효과로 표현해 내는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분장이란 느낌이 전혀 들지 않으면서 캐릭터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건쉬운 일이 아니죠. 예를들면 얼마전에 촬영을 마친 영화 ‘각설탕’의 경우 임수정 씨의 얼굴을 미소년으로 그려낸다거나 천둥이의 모형을 제작하며 핏줄하나 근육의 움직임까지 섬세하게 살아움직이는 것처럼 표현해 내는 작업이 오히려 더 어렵습니다.” 분장사란 단순히 얼굴에 분칠만 하는 메이크업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극의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하고 배우의 이미지를 캐릭터에 정확하게 결합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유영분장의 임미숙 실장. 그녀는 뷰티 메이크업부터 시작해 그동안 연극과 홍보영화의 간단한 특수분장을 거쳐 메디컬 스릴러물이였던 영화 ‘닥터K' , ‘해적 디스코왕 되다’, ‘블루’, ‘페이스’, ‘얼굴없는 미녀’, ‘천군’최근에 마무리한 ‘각설탕’에 이르기까지 올해로 9년째 영화와 각종 CF 등의 수많은 작업에 참여했지만 이제껏 한번도 같은 캐릭터의 이미지를 만들어 본적이 없다. “늘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해 낸다는게 이 직업의 매력인지도 모르겠어요. 배우와 분장사가 마주 앉으면 머리에서 발끝까지 전혀 새로운 인물이 하나 탄생하게 되죠. 영화의 컨셉과 그동안 준비한 자료를 머릿속에 그려 넣은 이미지 맵을 가지고 배우의 얼굴과 골격에 맞게 하나하나 응용에 들어갑니다.”
|
|
 |
|

|
메이크업을 통해 느낌만으로 캐릭터를 살려야 하기 때문에 배우의 피부톤과 얼굴 윤곽은 물론 눈썹, 아이라인, 립라인 등의 디테일한 부분에 세심한 신경을 써야하는데 그녀는 사람의 얼굴 중에서 유일하게 변화시키기 어려운 부분이 바로 눈이라고 말했다. 사람의 눈 모양과 눈 색깔은 인위적으로 만들어 붙이거나 잘라내고 그려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배우가 가지고 있는 모습 그대로 응용해야 하기 때문에 간혹 캐릭터에 맞는 배우를 먼저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얼굴형 역시 마찬가지다. 얼굴에 입체감을 살려 사실적으로 보이게 하려면 파운데이션만으로 깊이감을 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도시괴담류의 드라마에서 ‘좀비’ 를 표현한다고 할 때 배우의 눈이 쑥들어가 있고 광대뼈가 돌출되어 있다면 처진 눈매에 동그란 얼굴형을 가진 배우보다 그 캐릭터를 소화화 내기가 훨씬 수월하다는 것. “물론 메이크업만으로 영화 속 캐릭터를 완벽하게 만들어 낼 수는 없습니다. 스쿠르지나 베토벤처럼 누가봐도 확실한 느낌을 주는 캐릭터와 달리 분위기만으로 느낌을 살려야 할 경우 메이크업으로는 많은 변화를 줄 수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의상과 헤어 이 모든 것이 함께 어우러져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촬영에 앞서 감독과 배우 스텝들과 함께 캐릭터에 대한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난 후 스스로도 만족할 만큼 완성도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 냈을 때 가장 기쁘다는 그녀는 특수분장은 직업 자체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어야만 이 분야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경력이 어느 정도 쌓일때까지 보수가 넉넉지 못한데다 몇날 며칠에 걸친 밤샘 작업과 야외촬영 등을 버텨야 하기 때문에 멋있어 보인다거나 특별해 보인다고 뛰어들었다가는 얼마 되지 않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때문에 손재주나 색감 등의 타고난 재능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강한 정신력과 체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왜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본인의 의지가 확실해야만 한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