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학생들에게 무협의 세계가 펼쳐지는 시기는 보통 고등학교 시절이다. 교실 뒤편으로 자리를 옮기고 선생님의 눈을 피해 교과서 안에 조심스럽게 무협지를 편다. 마치 책을 열심히 보고 있는 것처럼 열심히 무협지를 읽는다. 한창 필기하는 시간에도 열심히 책을 보다 선생님에게 걸려 혼이 나기도 하지만, 입시의 스트레스와 매일 빡빡하게 돌아가는 시간들을 보내는 학생들에겐 하늘을 날아다니고, 무적의 무공으로 악당을 물리치는 멋진 주인공의 이야기는 잠시나마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피난처가 되기도 한다. 소수의 학생들은 현실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우를 범하기도 하지만….

무협지의 시작이 ‘영웅문’이라는 사실에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한국 무협세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무협지의 전설적인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대부분의 무협지 매니아 들이 영웅문을 시작으로 무협세계에 빠졌을 정도로 그 작품의 완성도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1부 사조영웅전, 2부 신조협려, 3부 의천도룡기 의 3부작으로 구성된 영웅문은 그 폭발적인 인기를 반영하듯 수많은 영화, 만화, 드라마 등으로 만들어 지기도 했다.

중국에서 들어온 김용의 소설은 지금의 한국 무협 세계에서 볼 때, 어찌 보면 정통 무협이라고 볼 수 있다. 주인공은 빠르게 달릴 수는 있지만 날아다니지는 못한다. 장풍을 쏘기는 하지만, 산을 무너트리지는 못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통성이 한국에서는 대중성을 만들어 주지는 못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한국적 무협의 등장이다. 무협 세계에서의 판타지적 요소의 적극적 개입. 이것이 현재의 한국적 무협 세계의 성립으로 이루어졌다.
와룡강, 용대운, 검궁인, 서효원, 좌백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 무협지 작가들은 정통 무협에서 벗어나 한국적 판타지 무협을 만들었다. 잘생긴 주인공, 젊었을 때의 기연으로 습득하게 되는 무적의 무공, 어쩔 수 없는 위기, 위기를 뛰어넘는 새로운 기연, 주인공을 사모하는 수많은 미모의 여인들, 주인공에 의해 이루어지는 복수, 평화, 안정 등 무협지를 읽는 독자들이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을 하게 만드는 수많은 요소들을 가미하여 무협소설 대중화의 계기를 만들었다.
이 시기에는 대작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무협소설은 3권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는 작가의 글 쓰는 환경의 차이에서 비롯 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유명한 무협 작가들은 한정 되어 있고, 지금처럼 인터넷 연재나 카페, 클럽이 발달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짧은 길이의 소설을 다량으로 쓰는 것이 무협 출판 업계에 유리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한국 무협 세계에 위기의 시간이 있었다. 바로 무협과 반대되는 마법의 세계, 판타지 세계가 한국 무협 세계를 위협했던 것이다.드래곤 라자, 바람의 마도사, 가즈 나인트 등 판타지 소설이 유행하면서부터 한국 무협 세계는 한 동안 침체기를 걷게 되었다.
특히 판타지 소설은 인터넷과 맞물려 젊은 신세대와 여성들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한국 무협은 큰 위기를 겪게 되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무협은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퓨전 무협’과 ‘신 무협’ 이라는 색다른 개념의 무협 세계를 등장 시킴으로써 현재의 ‘판타지와 무협의 공존’이라는 구도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되었다.

퓨전 무협이란 무협 세계를 중심으로 판타지 세계, 현대 세계를 넘나드는 무협 소설을 말한다. 한국 무협의 위기에 종지부를 찍은 퓨전 무협의 대표작으로는 전동조의 ‘묵향’을 꼽을 수 있다. 무협 세계에서 최고의 무공으로 마교 교주의 위치 까지 올라가지만 사이한 술법에 의해 판타지 세계로 이동되어 멋진 이야기를 만들다가 판타지 세계의 드래곤의 도움으로 무협세계로 복귀하는 3부작의 이야기 이다. 주인공이 너무 강해져서 무공 대결의 흥미가 떨어진다는 비판도 받고 있지만, 묵향만의 독특한 설정은 대중성이란 대가로 위로 받고 있다.
묵향 이외의 퓨전 무협으로는 이드, 황제의 검, 소드엠퍼러, 다크메이지, 용검전기, 마법사 무림가다, 파황, 극악서생 등이 있다. 그러나 무협과 판타지를 동시에 섭렵하여 완성도 높은 소설로 만드는 작업이 쉽지만은 않기 때문에 몇몇 작품 이외에는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한쪽으로 치우친 소설이 대부분이다.

신무협이란 기존의 무협 소설을 기본축으로 하지만 정통 무협의 무거움을 조금 덜어내고 소재나 주인공의 독특함과 신선함을 부각 시킨 소설을 말한다. 신무협 소설 역시 위기의 한국 무협을 위기에서 건진 큰 역할을 담당했다. 이러한 신무협 소설의 대표작으로는 검류혼의 ‘비뢰도’를 꼽을 수 있다. 정파와 마교 사이의 대립을 중심으로 하면서도 그 관계를 뛰어넘는 공공의 적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무협의 길을 가고 있지만, 엽기발랄한 주인공의 설정과 다양한 주변 인물들, 현대 사회를 비판하는듯한 이야기들의 등장은 신무협의 대표로 꼽기에 주저함이 없다. 점점 말장난으로 일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지만, 가벼운 기분으로 볼 수 있지만 진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비뢰도의 매력은 묵향과 마찬가지로 대중성이라는 보답을 받고 있다.
비뢰도 이외의 신무협 소설로는 만선문의 후예, 궁귀검신, 권왕지로, 신승, 동천, 권왕무적, 녹림투왕, 등이 있다. 주인공의 거침없는 행보를 중심으로 신무협류의 소설은 현재까지 무협 세계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큰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의 무협 세계는 수많은 작가들의 등장과 함께 수많은 작품들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협 세계에 고수로 이름을 날리기 위해서는 홈런을 친 작품의 작가가 되거나 정말 독특한 주제와 필체로 독자들에게 어필 할 수 있거나 둘 중에 하나이다.
힘없는 문사 출신의 주인공이 한가지 검법을 꾸준히 연습하면서 고수가 되고, 여러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내용인 학사검전 이나, 호위무사라는 전작의 성공으로 녹림투왕, 권왕무적 등의 후속 작품을 연이어 히트 시킨 초우와 같아야만 살아 남을 수 있다. 하루에도 수십권씩 출판되는 무협소설을 독자들은 모두 읽을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구도 무시 못할 힘을 가지고 아름다운 여인의 사랑을 받으면서 멋지게 살고 싶은 마음은 모든 남성들의 로망일 것이다. 현실 속에서 억눌리는 삶을 무협지의 주인공을 보면서 대리 만족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무협의 세계는 현실에서 충족시키지 못하는 욕구를 해소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세계일 수도 있다. 무협세계와 현실 세계와의 다른 점은 무협 세계에서는 강한 무공을 얻기 위한 노력은 글로 짧게 써져 있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실제로 힘든 노력을 몸으로 겪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생각한 대로 이루어 지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 그리고….아름다운 여성을 얻기가 생각보다 힘들다는 점?
갑자(甲子) - 일갑자란 60년을 말한다. 일갑자의 내공이란 육십년을 수련한 내공을 말한다.
강기 - 기체를 체외로 뿜어내어 하나의 보이지 않는 벽을 자신의 몸 주위에 형성하는 경지. 비슷한 말로 반탄강기가 있다.
검기(劍氣) - 몸 속의 기를 검에 응집시켜 밖으로 뻗어나 오게 한 것. 검을 타고 나오므로 그 기의 형태 또한 예리해져서 거의 절단 못하는 것이 없다고 한다.
검기상인(劍氣傷人) - 검이 상대의 몸에 닿지 않고도 검기로 적을 죽일 수 있는 검술의 경지.
경공(輕功) - 경신술의 공부. 몸을 가볍게 해서 약간의 진 기로 몸을 빨리 움직이는 방법
금강불괴(金剛不壞) - 도검불침의 금강지체와 수화불침의 불괴지체를 합쳐서 가리키는 말. 만독이 불침하고 그야 말로 금강석과 같은 신체를 갖게 되며 호신강기로 저절로 완벽하게 방어되는 경지.
내공심법(內功心法) - 주로 기의 운행을 통해 내력을 일으키 며 정신을 단련한다. 각 무공마다 독문의 내공 심법이 있어 호흡과 기의 운행 순서가 다르다.
내력(內力) - 내공에 의해 불러 일으켜진 힘. 육체적인 힘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능공허도(凌空虛道) - 하늘을 걸어 다닐 경지에 이른 것으로 경공의 최상의 경지를 말한다.
대수인(大手印) - 내공의 힘으로 손을 크게 부풀게 만들어 강력한 파괴력을 내게 하는 장법의 일종으로써 장 라마들의 절기라고 반 전설적으로 알려져 있는 수법이다.
만독불침지체(萬毒不侵之體) - 천하의 어떠한 독도 침범하지 못하는 신체. 최상의 독공을 수련하거나, 극악한 독약을 먹게 되면 독약에 대한 내성이 생겨 만독이 불침하게 되며, 금강불괴가 되어도 만독이 불침하게 된다.
사자후(獅子吼) - 석가세존이 악마들을 굴복시키기 위해 외치 는 호통. 원래는 사자의 울음소리를 뜻하나 포괄적으로는 마를 제압하는 기운을 지닌 음공을 뜻한다.
채양보음술(採陽補陰術) -여성이 방사를 통해 상대방의 원기를 흡수함으로 자신의 공력을 증강시키는 것인데, 원기를 흡수당한 남성은 정혈이 고갈되어 목숨을 잃게 된다.
초상비(草上飛) - 풀잎을 밟고도 풀이 휘어지지 않는다는 경공. 절정의 고수가 아니면 시전할 수 없는 상승의 경공임.
어검술(馭劍術) - 칼에 엄청난 내공을 불어넣어 손에 칼을 쥐지 않고도 마음 먹은 대로 칼을 날리거나 돌아 오거나 휘두르게 할 수 있는 전설상의 무술. 모든 무술 중에서 인간이 거의 도달할 수 없 는 가장 최상위의 무술이라고 한다.
반로환동 - 무공의 고수가 계속된 수련으로 몸이 다시 젊어지는 현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