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정리함

“제 때에 쉬는 것도 훌륭한 투자”

서나노야 2006. 10. 15. 08:42

“제 때에 쉬는 것도 훌륭한 투자”


부동산과 주식시장 기류가 미묘하다.
정부가 서울 강남 등 가격 급등 지역의 ‘부동산 거품론’을 거론하면서
서울 송파·강남·서초구, 목동, 경기 분당·용인·평촌 등 7곳을
‘버블 세븐’이라고 언급하자, 매수세가 자취를 감췄다.

‘부동산 버블론’은 차치하고라도 강남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주택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17%가량 올라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가 크게 늘어나게 된다.

내년과 2008년에도 종부세 과표(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 적용률이 인상될 예정이고,
올해 아파트 값이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에 내년 종부세도 큰 폭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다.
아파트 평가액이 오른 것뿐인데 종부세 부과 대상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은
지난해보다 최고 3배나 오른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아파트 가격이 지금처럼 계속해서 오른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오름세가 정체되거나 정부의 우려대로 하락세로 돌아선다면
세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부터는 부동산 부자들의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또 6월부터는 부동산 실거래 가격이 등기부등본에 기재되고,
기반시설부담금제와 재건축개발부담금제도 시행된다.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안전진단도 대폭 강화된다.

내년 1월부터는 모든 부동산의 양도세가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부과되고,
1가구 2주택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 제외, 양도세 중과세(세율 50%)가 시행된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취득을 서두를 사람은 당연히 많지 않을 것이다.

5·31 지방선거 이후 여당의 부동산 정책이 변화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그동안 큰 소리만을 쳐왔고, 해 놓은 일들이 널려 있어서 바꾸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실수요자이건 아니건, 지금은 강남지역 아파트 매입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부동산 거품 논쟁이 주식시장으로 옮겨붙고 있는 상황이다.
2004년 6월부터 연 1%이던 연금기금 금리를 5%까지 끌어올린 미국이
인플레이션에 대비한 추가 금리인상 압력이 커지자
전세계 주식시장은 단기 급락세로 돌변했다.

끝없이 상승행진을 할 것 같던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시장은 물론
우리나라 주식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현상은 자산 거품 붕괴 가능성과 함께 연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이미 연초에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긍적적인 전망에 반하는 글을
올리면서(‘2006년 주식시장 전망이 낙관적이지 못한 이유-2006.1.2일자’)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거품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지금은 불확실성 시대이며,
불확실성 시대에 살아남는 최선의 방법은 원칙에 충실하는 것이다.
일반 투자자들은 수익률보다 위험관리 쪽에 무게를 두는 전략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강남 아파트 값이 뜀박질을 계속한다고 해서,
집권 여당이 부동산 완화대책을 검토한다고해서,
또 주가가 출렁거린다고 해서 남의 뒤를 좇아 투자할 필요는 없다.

진부한 얘기일 수 있으나 여유자금이 있다면 빚부터 갚고,
우선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은 한숨 돌리면서 여유를 찾을 시점이다.
쉬는 것도 훌륭한 투자이다.

〈서춘수/ 신한은행 PB지원팀장(seosoo@shinh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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