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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9일부터 지구촌 축제 월드컵에 전세계인들의 눈과 귀가 집중된다. 빅게임은 물론 매 경기마다 어떤 점에 주목해야 할까. 놓치면 후회하는 관전포인트를 과학으로 짚어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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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그라운드 이점 사실인가 남성호르몬이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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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그라운드 이점의 실체는 무엇일까.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붉은 악마의 응원이 아니라 남성호르몬의 급증이 원인이다. | 이번 월드컵에서는 2002년과는 다르게 한국이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누릴 수 없다. 대신 많은 전문가들이 독일이 홈그라운드의 이점 때문에 우승 후보 중 하나라고 점친다. 홈그라운드 이점의 실체는 무엇일까.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성호르몬의 급증이 원인이다.
보통 어떤 팀이든 홈그라운드에서 열리는 경기에 강하다. 일명 홈어드밴티지다. 안방으로 손님을 불러들이면 실력 외의 힘이 솟구친다는 뜻이다. 홈어드밴티지는 왜 생길까. 홈팬의 열광적인 응원에 힘입거나 늘 써오던 경기장에 친숙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심판이 홈팀에 유리하게 판정하기 때문일까. 이제까지 이 같은 요인으로 홈어드밴티지를 설명해 왔다. 1954년 우리나라가 처음 출전한 스위스월드컵에서는 대표팀이 개막 당일 도착한 탓에 시차 적응에 실패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예도 있었다.
하지만 2002년 3월 16일 영국심리학회에서는 홈어드밴티지를 설명하는 주요인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급증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영국 노스움브리아대의 샌디 울프슨 박사와 닉 니브 박사는 자국 프리미어리그 소속팀 밑에 19세 이하 선수로 구성된 팀을 대상으로 연구했다. 이 팀의 상대편을 한번은 치열한 라이벌팀으로, 또 한번은 보통 라이벌팀으로 선택해 원정경기와 홈경기를 각각 치르게 했다. 2번의 원정경기와 2번의 홈경기, 그리고 3번의 연습경기 한시간 전에 타액 샘플을 채취했다.
선수들의 테스토스테론 양은 측정 결과 연습경기와 원정경기를 앞두고 남성평균수치를 나타냈으나 홈경기를 앞두고는 평균을 훨씬 웃돌았다. 보통 라이벌팀을 상대할 때는 평균보다 40%, 치열한 라이벌팀을 상대할 때는 평균보다 67%가 높았다. 또 재미있는 사실은 골키퍼의 경우 그 변화가 가장 심하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연습경기에서는 선수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으나 홈경기를 앞두고는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연구자들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텃세와 관련지어 홈어드밴티지를 설명했다. 테스토스테론은 동물의 경우 지배력, 자신감, 공격성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홈경기에서 선수들은 자기 영역을 지킨다고 느끼는 것이다. 특히 골키퍼는 수비와 가장 관련되기 때문에 그 수치가 급격하게 높아졌다고 한다. 실제 월드컵의 경우 1930년 우루과이에서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단 한번도 개최국이 16강에서 탈락한 적이 없다.
오른발잡이 오른발만 정확할까 슛과 패스의 성공률 양발 모두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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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표팀에는 양발을 모두 잘 사용하는 선수들이 많다. | “슈∼웃. 아 골대와 상관없는 슛이에요. 결정적인 순간에 어이없이 차버리는군요. 저 선수는 오른발이 강한데, 왼발에 걸렸어요. 안타깝네요.”
축구경기 중계를 시청하다 보면 가끔 듣게 되는 해설자의 설명이다. 과연 축구선수들의 경우에도 자신이 선호하는 발로 차야 더 정확하게 찰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오른발잡이 선수는 왼발보다 오른발로 더 정확하게 찰 수 있을까. 아니면 양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을까.
2001년 ‘스포츠사이언스 저널’ 11월호에는 영국 에버딘대의 운동심리학자인 데이비드 캐리 교수가 1998년 프랑스월드컵의 모든 경기 비디오를 연구한 결과가 실렸다. 2백36명의 선수가 시도한 1만9천2백95번의 패스나 슛을 조사해 패스나 슛이 얼마나 정확한지, 어떤 상황에서 왼발이나 오른발을 선택해 사용하는지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오른발잡이가 79.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인과 거의 비슷한 백분율수치다. 또한 오른발잡이 선수가 오른발과 왼발을 사용하는 비율은 8:2 정도였다. 왼발잡이 선수도 왼발과 오른발을 8:2 정도의 비율로 사용했다.
캐리 교수는 선수들이 패스나 슛을 하기 전에 자신이 선호하는 발로 공을 가져가기 위해 굉장히 노력한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자신이 선호하지 않는 발을 사용해야만 하는 상황에서도 선호하는 발만큼 정확하게 공을 처리할 수 있었다. 거의 90%의 슛과 패스가 성공했는데, 왼발과 오른발의 정확도에는 전혀 차이가 없었다. 슛을 잘못한 이유가 선수가 선호하지 않는 발을 선택했기 때문이라는 축구해설자의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는 말이다.
실제 프로축구선수들은 왼발과 오른발 둘다로 똑같이 정확하게 공을 패스하거나 슛할 수 있도록 매일 연습한다. 양발을 다 잘 사용하는 일은 축구선수에게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상급 선수라면 양발을 원하는 대로 다루는 일이 기본이란 뜻도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선수들이 선호하지 않는 발에 대해 자신감을 키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양발을 잘 쓰도록 훈련하지만, 막상 경기중에 두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을 만나면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선호하는 발로 되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월드컵경기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정말 자기가 잘 쓰는 발을 사용하는지 주의깊게 살펴보는 일도 무척 흥미롭겠다.
선수교체 타이밍은 언제인가 지금보다 더 빨라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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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뛰고 있는 선수가 체력이 떨어지고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교체를 고려해야 한다. 과연 언제 교체해야 할까. 감독의 큰 고민거리다. 선수교체의 최적 타이밍을 컴퓨터에게 문의하면 얼마나 좋을까. 최근 이런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연구가 발표됐다. | 축구와 같은 단체경기의 경우 경기가 술술 잘 풀리면 별다른 걱정이 없지만, 상대팀에게 뒤지는 힘든 경기를 하고 있다면 감독은 뭔가 뾰족한 수를 내야 한다. 특정 선수를 교체하거나 전술을 바꾸면서 승리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 바꿀 선수나 전술도 문제지만 경기중 언제 이같은 변화를 시도해야 할까.
앞으로는 축구감독이 선수교체나 전술변화의 최적 타이밍을 컴퓨터에 문의할 수 있는 날이 올지 모른다. 올해 ‘오퍼레이셔널 리서치 학회 저널’ 2002년 1월호에 실린 새로운 수학적 연구를 살펴보면 이런 가능성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랭커스터대의 마이크 라이트 박사와 노부요시 히로트수 박사가 ‘변화’라는 열쇠에 근거해 축구경기의 수학적인 모형을 개발했다. 이들 변화는 한 팀이 공을 점유하거나 상대편에 빼앗기고 득점하거나 실점할 때 발생하는 것으로 간주됐다.
이런 관점에서 A팀과 B팀의 경기를 보면 크게 4가지 상태가 나타날 수 있다. 즉 A팀이 득점하는 상태(상태0), A팀이 공을 가진 상태(상태1), B팀이 공을 가진 상태(상태2), B팀이 득점하는 상태(상태3)로 말이다. 이때 A팀이 공을 갖고 있다가 득점하는, 즉 상태1에서 상태0으로 변화하는 확률처럼 가능한 모든 경우의 확률을 구할 수 있다. 연구팀은 여기에 선수교체나 전술변화를 도입했을 때 어느 한팀이 득점하는 확률의 변화를 계산했다고 한다. 팀이 뒤지고 있다면 스트라이커를 넣기 원하는데 이런 선수교체가 확률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경기 자료에 이같은 모형을 적용시켰을 때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감독들이 대부분 선수교체를 경기가 끝나기 15분 전부터 하는데, 계산 결과는 이보다 더 일찍 선수를 교체하는 것이 좋은 것으로 밝혀졌다. 아직까지 정확한 시기를 뽑아낼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이 연구로부터 기존 경기들에 대한 분석자료를 컴퓨터에 넣은 후 어떤 경기의 특정상황에 근거해 선수를 교체하거나 전술을 바꾸는 가장 좋은 시기를 알아내는 일을 상상할 수 있다.
물론 예측 시스템이 완벽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특정선수가 주어진 날 경기를 잘하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예기치 않은 변수는 항상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우리 대표팀의 아드보카트 감독이 경기중 어느 시기에 선수를 교체하거나 전술을 바꾸는지, 이런 변화가 승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눈여겨보자.
<이충환의 '놓치면 후회하는 관전포인트 7' 기사 발췌 및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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