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정리함

팀가이스트의 X파일

서나노야 2006. 10. 13. 23:47
월드컵이 시작되자 팀가이스트의 위력이 입증되고 있다. 각국의 골키퍼들은 무회전 킥을 했을 때 사방으로 심하게 흔들리는 팀가이스트에 불평을 토로하고 있다. FIFA의 의지에 따라 더욱 골이 많이 나도록 개발된 팀가이스트. 그 X파일을 공개한다.

점박이 공에서 벗어난 팀가이스트

2006년 독일월드컵 공인구 ‘팀가이스트’는 최첨단 축구공으로 거죽이 이전의 축구공과 다르다. 공을 둘러싼 조각의 수가 32개에서 14개로 대폭 줄고 조각의 모양도 육각형이나 오각형이 아니다.

기존의 축구공은 정육각형 조각 20개 사이사이에 정오각형 조각 12개가 이어져 있는 형태로 일명 ‘점박이 공’이라 불린다. 점박이 공은 다각형으로 최대한 구에 가깝게 만든 기하학적 조합이라고 한다. 기존의 축구공은 ‘꼭지점의 수-모서리의 수+면의 수=2’라는, 다면체에서 성립하는 ‘오일러 공식’을 만족시킨다. 즉 60-90+32=2.

하지만 팀가이스트처럼 다각형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구를 만드는 여러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팀가이스트는 월드컵 트로피를 둥글게 단순화시킨 모양의 조각 6개, 삼각 부메랑 모양의 조각 8개로 구를 이루고 있다.

왜 축구공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프리킥을 잘 하는 축구선수는 공을 찰 때 선호하는 부분이 있다고 한다. 특히 조각과 조각이 이어진 자리는 피한다. 이음매 부위는 울퉁불퉁해 선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공을 차기 어렵기 때문이다.

팀가이스트는 기존 오일러의 공식을 벗어나 더욱 원형에 가깝게 설계되었다.
팀가이스트를 개발한 아디다스 측은 독일 샤인펠드의 축구연구소에서 ‘로봇 발’ 테스트를 했다. 로봇 발은 정확히 같은 각도에서 동일한 속력과 힘으로 공을 반복해 찰 수 있는 기계장치다. 팀가이스트는 로봇 발로 어디를 차든 동일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아디다스 측에 따르면 팀가이스트는 세 조각이 모인 접합점의 수와 조각들 사이의 접합선의 길이를 줄여 킥, 컨트롤, 패스의 정확도를 높였다. 로봇 발 테스트 결과, 팀가이스트는 정확도가 다른 축구공보다 30%가 더 높다는 점이 증명됐다.

또 축구공 제작 방식이 달라진 것도 킥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 한 땀 한 땀 꿰매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고온고압 상태에서 본드로 접착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팀가이스트는 천연 라텍스 재질의 튜브에 내구성이 좋은 라스켈 원단을 붙이고 그 위에 탄력이 뛰어난 ‘신택틱 폼(syntactic foam)’을 부착한 뒤 14개의 외부조각을 고온고압에서 붙였다. 그래서 물이 잘 스며들지 않고 탄력이 좋다는 게 아디다스 측의 설명이다.

축구공은 경기 중에 선수들이 평균 2000번 가량 찬다고 한다. 하지만 공은 경기가 끝나는 순간에도 시작 순간과 동일한 성능을 내야 한다. 모양과 크기가 유지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공을 시속 50㎞의 속력으로 철판에 쏘는 테스트를 2000번 반복하는데, 이 테스트를 무사히 통과하면 국제축구연맹(FIFA)의 승인을 얻을 수 있다. 팀가이스트는 이 테스트를 무려 3500번 계속해도 공의 기압과 둥근 형태가 거의 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팀가이스트에 들어간 신택틱 폼은 1998년부터 월드컵 공인구에 적용되기 시작한 첨단 신소재다. 매우 압력이 높은 미세 공기방울들이 일정한 크기로 규칙적으로 배열돼 있는 이 소재 덕분에 축구공의 반발력, 탄성, 속도가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택틱 폼이 들어간 월드컵 공인구 트리콜로(1998년), 피버노바(2002년)는 골키퍼에게 큰 위협이 됐다. 팀가이스트도 역시 신택틱 폼 덕분에 공격수에게 유리할 전망이다.


축구공에 신기술이 숨어있다

축구공의 변천과정에는 당시의 신기술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더욱 강력해진 팀가이스트는 공격축구에 기여할 것인지 주목된다.
축구공의 변천과정에는 당시의 신기술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소나 돼지의 오줌보에 바람을 넣거나 동물가죽에 털을 집어넣은 공을 사용했다는 옛기록도 있지만, 초창기의 축구공은 내부에 고무를 넣어 원형으로 만든 가죽공이었다. 물론 차는 순간 발이 아플 정도로 무겁고 딱딱했다. 좀더 부드럽고 기능이 좋은 공은 1960년대부터 개발됐고, 1970년 멕시코월드컵에서는 아디다스의 텔스타가 FIFA에 의해 처음 공인구로 채택됐다. 흥미롭게도 점박이 공 텔스타는 이후 축구공의 대명사가 됐다.

FIFA의 규정을 보면 가죽이나 알맞은 재질로 모양은 둥글게, 둘레는 68~70cm, 무게는 410~450g, 압력은 0.6~1.1기압인 공을 사용하라고 돼있다. 이미 크기, 무게, 공기압 등에 대한 제한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공을 개발하는 데 초점은 당연히 고무튜브를 감싸는 거죽의 재질에 맞춰졌다. 월드컵 공인구의 거죽에 쓰인 소재는 텔스타에 쓰인 천연가죽에서 다양하게 변모됐다.

1982년 스페인월드컵 공인구 ‘탱고 에스파냐’에는 가죽과 폴리우레탄이 성공적으로 결합됐고, 최초로 방수가죽을 사용해 물에 젖어도 공의 무게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 공인구 아즈테카에는 천연가죽보다 방수성과 탄력이 뛰어난 인조가죽이 처음 사용됐다.

스펀지 형태의 폴리우레탄 폼(foam)이 거죽에 본격적으로 쓰인 공인구 퀘스트라는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 골키퍼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폴리우레탄 폼에는 일반공기가 미세거품형태로 들어가 반발력이 전보다 증가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골이 줄어들던 월드컵의 흐름을 뒤바꾸며 이전 대회보다 평균 0.5골이나 더 많은 평균 2.71골을 기록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는 폴리우레탄 폼보다 반발력이 더 뛰어난 ‘신택틱 폼(syntactic foam, 기포가 들어가 합성소재)’이 적용된 트리콜로가 등장했다. 역시 평균 2.67골로 미국대회와 비슷한 결과를 낳았다.

신택틱 폼은 1998년부터 월드컵 공인구에 적용되기 시작한 첨단 신소재다. 매우 압력이 높은 미세 공기방울들이 일정한 크기로 규칙적으로 배열돼 있는 이 소재 덕분에 축구공의 반발력, 탄성, 속도가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택틱 폼이 들어간 월드컵 공인구 트리콜로(1998년), 피버노바(2002년)는 골키퍼에게 큰 위협이 됐다. 팀가이스트 역시 신택틱 폼 덕분에 공격수에게 유리할 전망이다. 팀가이스트는 한 땀 한 땀 꿰매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고온고압 상태에서 본드로 접착하는 방식으로 제작돼 물이 잘 스며들지 않고 탄력이 좋다. 이런 제작 방식이 킥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고 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선 반발력을 한껏 끌어올린 피버노바의 등장으로 대량 득점이 예상됐다. 하지만 경기당 2.52골에 그쳐 1998년 프랑스월드컵의 경기당 2.67골에 훨씬 못 미쳤다. 첨단과학의 힘으로도 강력한 수비축구가 주도하는 최근의 월드컵 판세를 뒤집지 못한 것이다. 올해 독일월드컵은 어떨까.

팀가이스트는 팀워크라는 뜻의 독일어다. 월드컵의 영예인 황금 트로피를 들어올리기 위해선 어떤 팀이라도 ‘팀워크’가 필요하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6월 축구전쟁에서 한국의 태극전사들이 끈끈한 팀워크를 발휘하고 첨단 축구공 팀가이스트의 능력을 충분히 활용한다면 2002년에 버금가는 전과를 올리지 않을까.


<출처 : KISIT의 과학향기 '대한민국!!! - 팀가이스트의 X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