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테크 추세는…
송파에서 치과병원을 운영하는 박모 원장은 얼마 전 MMF통장에 넣어두고 있던 5억원의 여유자금에 대해 안전한 확정금리 특판예금으로 전액 갈아탔다. 사실 이 자금은 박원장이 지난해부터 상가투자를 염두에 두고 필요한 때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이자 더 받을 수 있는 기회마저 포기해가며 MMF에 예치해두고 있던 자금이다. 이처럼 오랜 기간 동안 상가투자를 준비하다가 생각을 접은 이유는 아무래도 진행되는 상황이 좋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에서다. 시중 금리는 야금야금 오르면서 대출이자의 가중으로 작용하고 있고 각종 대출관련 규제에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등의 세금 압박은 아무래도 몸을 사리게 만들었다. 또 결정적으로는 앞으로 우리 경기가 지금보다도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여러 전망들이 박원장의 마음을 흔들었고 결국은 소나기가 내릴 땐 피하고 보는 것이 상책이라는 생각에 상가투자를 보류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금융자산의 운용도 고수익 투자상품 대신 이자 좀 작더라도 마음 편하게 안전하게 운용되는 확정금리 상품 쪽을 택했다.
요즘 고객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위의 박원장과 같은 사례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확실히 종전에 비해 안전자산 쪽으로 기울어 가는 느낌이고 움직임도 부쩍 조심스러워 졌다. 먼저 부동산 쪽을 보면 한쪽에선 강남 지역아파트가 얼마가 떨어졌네, 그렇지 않고 오히려 올랐네 하며 갑론을박 하지만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도는 부쩍 줄어들었음이 느껴진다. 일례로 9월 실시하는 판교지역 중대형 아파트 청약에 대해서도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비싼 것 아니냐, 살지도 않을 거 괜히 청약했다가 골치만 썩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들도 많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은 생각을 한다는 것은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청약해보겠다는 사람이 더 많지만 분명한 것은 예전의 호황일 때 분위기와는 다른 모습들이 비춰진다는 점이다.
금융상품에서도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는 보다 뚜렷해지고 있다. 올 초 큰 인기를 끌던 인디아펀드나 브릭스펀드 등의 해외주식펀드 및 국내 주식펀드 상품으로의 투자는 확연히 그 열기가 식은 모습이며, 지난 해 큰 폭의 주가상승으로 인해 덩달아 높아졌던 투자자들의 기대치도 많이 내려갔다. 역시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와 달리 조정모습을 보이고 있는 증시상황 때문이다. 우리 증시의 경우 올 들어 한때 종합주가지수 1460포인트를 넘어서며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게도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뚜렷한 방향성 없이 1200~1300포인트 대에서 출렁이며 조정을 보이고 있고 향후 전망도 썩 만족스럽지만은 않다. 여전히 한국 증시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저평가 돼있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상승가능성이 높다지만 당장 경기둔화 소식에 고유가, 환율, 북핵 문제 등이 만만치 않은 난관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주식관련 투자는 리스크 관리에 보다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 자신의 투자성향에 비추어 과하게 주식투자비중이 높다면 일부 비중을 낮출 필요가 있으며, 투자방식도 한꺼번에 목돈을 투자하는 방법에서 적립식펀드를 통해 여러 차례에 걸쳐 분할투자 하면서 투자시점을 분산하는 방식이 권장된다. 또한, 고수익을 기대한 공격적인 주식펀드보다는 조기상환기회와 함께 조건부 원금보장이 가능하고 일정 비율 주가가 빠져도 수익이 보장되는 ELS(주가연계채권)형 상품이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편, 안전자산 선호현상에 의해 상대적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쪽은 확정금리를 제공하는 특판상품들이다. 현재 은행권 특판상품의 경우 1년 가입을 기준으로 연 5% 수준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데 여전히 절대금리 수준은 낮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1년 전에 비해 약 1%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마땅한 투자대안을 찾지 못하던 대기성 자금들이 확정금리를 제공하는 안전한 특판예금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도 최근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또한 서서히 채권펀드를 통한 채권투자 얘기도 흘러나온다. 기본적으로 채권투자는 주식투자보다는 기대수익이 작은 대신 안전성이 높은 특징을 지니며, 금리 상승기에는 채권가격 하락으로 수익률이 저조한 모습을 보이지만 금리가 하락세 또는 안정된 모습을 보일 때는 수익률도 양호한 모습을 나타낸다. 이 때문에 채권펀드 투자는 금리가 정점에 있어 추가인상 가능성이 낮을 때가 유리해지는데 최근 상황을 보면 서서히 그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다. 즉, 금리는 경기상황과 밀접한 관계를 보이므로 향후 경기 둔화세가 나타날 경우 그만큼 금리의 추가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그 근거다.
결국 최근 상황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보다 많은 생각과 리스크 관리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미 발 빠른 투자자들은 나름대로 전략을 세워 움직이고 있다. 불리는 것 못지않게 지키고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재테크라는 사실이 점점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오고 있다.
한상언/신한은행 올림픽선수촌 PB팀장(hans03@shinh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