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추석을 앞두고 발표된 설문조사가 다채롭다. 그 중 단연 명절 스트레스에 대한 설문조사는 빼 놓을 수 없는 단골 메뉴인데 그 중 모 단체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혼남녀 중 여성의 90%, 남성의 75.1%가 `명절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다들 스트레스를 받기 위해 기를 쓰고 고속도로를 메우며 민족의 대이동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뭐든 풍성한 한가위이니 싸울 거리도 풍성한 법. 그 동안 평정을 유지해왔던 부부라면, 명절은 싸우기 좋은 절호의 기회이다.
싸움 1 목적지 결정의 부당 명절 때마다 반복되는 목적지 결정권. 당연히 시댁이 0순위이라는 어느 법전에 나와 있는지도 모르는 법을 따라야 한다면, 당연히 싸워줘야 한다. 딸은 시집가면 자식이기를 포기하고 부모도 형제도 다 버리고 며느리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남자들을 신랄하게 비판해주자. 물론 결정된 목적지가 바뀌게 되는 일은 드물겠지만, 최소한 미안한 마음은 가지고 가게 된다면 그게 어딘가.
싸움 2 노동력 착취 현장 방관죄 추석 전날부터 밤새워 꼬박 전을 부치고 음식을 날라야 하는 아내들을 방안에 가만히 누워 먼산 바라보듯이 바라보는 이들은 그 이름도 찬란한 '남편'이라는 사람들이다. 한술 더 떠 부모님 눈치 보여 부엌에 들어가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다는 치졸한 핑계까지 댄다면 더 말할 가치도 없다. 동서들과 팀 플레이를 하자. 평소에 감정이 있는 사이라 해도 어차피 한배를 탄 운명끼리 손을 잡는 수 밖에 없다. 자질구레한 음식재료 다듬기나 쓰레기 갖다 버리는 일은 돌아가면서 남자들에게 시키도록 하자. 순번을 정해 설거지를 교대로 시키는 일도 빼놓지 말자. 고스톱 같은 게임을 하게 해서 벌칙을 설거지로 해서 일손을 덜었다는 며느리 이야기도 참고하자.
싸움 3 친정에 틈틈이 전화하자 분주한 차례 준비를 하면서도 친정에 틈틈이 전화하는 것을 잊지 말자. 전화하는 것이 무슨 대수일까 하겠지만 당신의 며느리, 당신의 아내도 엄연히 부모형제를 가진 사람이며, 명절이면 찾아갈 곳도, 환영 받는 곳도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각인시키는데 좋은 효과를 가진다. 처음에는 눈치 보이고, 시댁어른들이 눈살이 찌푸리실 수도 있지만, 이럴 때는 아예 친정부모님과 시댁어른들을 형식상으로라도 전화상으로 인사를 시켜 드리자. 특히 남편과 친정부모님들을 통화하게 만드는 것도 좋다. 또 하나는 친정 오빠나 올케 등과 통화내용을 듣게 하자. 며느리는 며느리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시부모님께 당신 며느리도, 친정가면 올케가 있는 시누이라는 사실을 각인시켜 주는데 좋은 효과가 있다.
싸움 4 꾀병도 잘만 하면 특효 종종 영악한 동서들 중에는 명절 전, 며칠 상간으로 해서 꼭 병치레를 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여자들끼리의 싸움이라 찝찝하긴 하지만, 어차피 생존경쟁이다. 인권 논리적으로 여성의 권리를 찾는 문제는 한가할 때 다시 논하기로 하고, 일단은 내가 살고 봐야 하겠다면 특효약은 꾀병 밖에 없다. 물론 이럴 때는 적군을 아군으로 만들어야 하는 기지가 필요하다. 바로 남편을 철저히 내편으로 만들어야 가능한 일이다. 명절 전에 미리 협의가 되지 않았다면 당일 작은 사고를 위장한다는 며느리들 이야기도 있다. 조금 치사하지만, 몇 년에 한 번은 써 봄직한 수법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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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명절 7가지 약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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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명절 가족회의'를 열어 계획을 함께 세운다 둘, 남자·여자를 따지지 않고 일을 나눈다 셋, 아들·딸이 돌아가며 명절을 주관한다 넷, 음식은 먹을 만큼만 준비한다 다섯, 조상을 추억하는 시간을 갖는다 여섯, 고스톱은 이제 그만. 가족 명절놀이를 개발한다 일곱, 외로운 이웃과 정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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