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정리함

수도권 집중이 국가 경쟁력인가? 지방 분권화가 국가 경쟁력인가?

서나노야 2006. 9. 18. 09:38
[옮긴이의 생각]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과연 수도권 집중이 옳은가 그른가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어. 21세기 대한민국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는 방법으로, 수도권 집중이 더 좋은지 지방으로의 분권화가 더 좋은지는 오랫동안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 그래서 행정수도 이전 문제와 관련해서 자신의 논리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한 기사 세 편을 묶었어.

 

첫번째 글은 손학규 경기도지사(한나라당)가 "수도권 집중이 국가 경쟁력"이라고 강조하는 글. 개인적으로 행정수도 이전 반대하는 사람들의 이론 중에서는 가장 탄탄하다고 생각해서 옮겨왔어. 손학규 지사가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 도 참조해서 읽으면 좋을 듯. 관련 부분만 골라서 옮겨왔어. 전문은 http://h21.hani.co.kr/section-021067000/2004/08/021067000200408190523053.html

 

두번째 글은 김진선 경기도지사가 손학규 경기도지사의 논리에 반대하는 인터뷰 기사야. 같은 한나라당 소속이면서도, 손학규가 수도권의 이익을 대변하는 입장이고 김진선이 지방의 이익을 대변하는 입장이라는 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같은 정당 내에서도 이렇게 의견이 갈릴 수 있다는 것을 보면서 민주주의가 어떤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기도 하고. 여튼 그래서 흥미로운 기사. 이것도 관련 부분만 골라서 옮겨왔어. 전문은 http://h21.hani.co.kr/section-021067000/2004/09/021067000200409230528070.html

 

세번째 글은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강준만 교수의 글. '내부 식민지론'이라는 제목이 섬뜻하고, 2002년 1월에 발표된 글이니까 꽤 오래되긴 했지만, '서울공화국'이라고까지 불리는 우리 나라의 수도권 집중을 비판하는 좋은 글이야. 지역감정의 원류가 어디 있는지 알 수도 있고.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옮겨왔어.

 

 

 

[첫번째 글=<한겨레21> 손학규 경기도지사의 인터뷰 기사]

손학규 “국가 정체성, 불필요한 논쟁 말자”
한나라당 대선 예비주자로 꼽히는 손학규 경기도지사… 수도권 집중이 한국의 경쟁력

▣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최근의 국가 정체성 논란과 관련해 "불필요한 이념 논쟁이 제기됐다"며 '실학의 정신'을 강조했다.
(사진/ 박승화 기자)

 

그인(상략) 인터뷰에선 신행정수도 건설과 국가 균형발전에 대한 견해도 집중적으로 물었다. 지금은 수도권 광역단체장이지만 차기 대선을 겨냥하고 있음이 분명한 터에, 행정수도 이전을 강한 톤으로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이와 관련해 “대한민국은 ‘수도권 집중’이 경쟁력”이라는 말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요약했다. 수도권 집중을 부정적으로 볼 게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원천으로 보고 좀더 키워줘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행정수도 반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정부 계획은 많이 있는 것을 잘라 작은 데에 나눠준다는 점에서 네거티브 어프로치다. 1국 경제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세계적인 경제 속에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기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을 잡아야 한다. 수도 이전은 수도권 경쟁력과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동시에 약화시킨다.”

그의 주장은 ‘수도권 집중=대한민국 경쟁력론’으로 요약된다. ‘수도권 과밀 해소’를 중시하는 참여정부의 정책 기조와는 정반대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2300만의 인구가 수준 높은 소비시장을 형성하고 인력자원과 물류가 집중된 수도권이 일본, 중국, 유럽, 미국과 경쟁할 수 있는 바탕을 이루고 있다”며 “대한민국 안에서는 수도권 편중이 압도적이지만 수도권 자체의 절대적인 힘은 아직 도쿄권이나 상하이권, 광둥권, 베이징권, 뉴욕권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도는 단순히 경제적·행정적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그 나라의 브랜드 이미지 효과를 지닌다”며 “수도권이 가진 규모의 경제와 경쟁력을 억지로 분산시키면 새로운 국가적 코스트를 유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웰빙 투자’ 지방격차 해법

신행정수도 계획이 수도권에서 무엇을 빼앗아서 충청권으로 옮겨심는 것이라고 정부 당국자들은 말하진 않는다. 대신에 정부는 신행정수도를 건설하면 수도권에 공장총량제 등 기존의 규제를 완화해줄 여지가 생긴다는 ‘윈-윈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손 지사는 “규제를 풀 수 있는 것이라면 그냥 풀지 왜 교환조건을 붙이느냐”라고 반박했다.

손 지사에게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를 물었다. 이에 그는 “비수도권에서 인구가 계속 빠져나가는 것을 피폐화의 근거로 들지만 인구나 공장의 수 기준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요즘 사회적으로 중요한 화두인 웰빙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 8월13일 경기도 파주시에서 열린 '파주 LCD 협력단지 주민 대표 간담회'. 손 지사는 "각 시·군이 스스로 발전하도록 인프라를 구축해주는 게 경기도의 주된 일"이라고 밝혔다. (사진/ 연합)

그는 “영국도 공업화 이후 농촌 인구가 급격히 감소했지만 도시민들이 농촌에 농장을 두는 등의 방법 때문에 농촌의 생활수준은 높다”며 “도시 생활자가 가진 부를 농촌에 투자할 때 농촌이 잘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좀더 구체적인 정책 대안으로 그는 “중앙정부가 수도권 기업에서 국세를 걷어 지방에 인프라와 교육시설 투자를 집중적으로 하는 게 해법”이라고 말했다.

이런 차원에서 그는 신행정수도 계획뿐 아니라 지난해 말 정기국회에서 국가균형발전법안이 통과될 당시에도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 그의 주장은 수도권에 근거를 둔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를 대변하는 것인 동시에, 최근 삼성반도체 공장 증설과 파주의 필립스전자 외자 유치 등 수도권에 첨단산업이 집중되는 흐름을 반영하는 성격도 담겼다.

그러나 그가 제시하는 ‘수도권의 부를 비수도권으로 흘려주는’ 방식을 지방의 전문가들도 흔연히 받아들일지는 다소 의문스럽다. 비수도권쪽에선 ‘수도권에서 국물을 얻어먹기보다는 지방 스스로 발전 전략을 짜는’ 패러다임에 좀더 관심이 많은 편이다. (후략)

 

 

[두번째 글=<한겨레21> 김진선 강원도지사의 인터뷰 기사]

 

‘수도권 집중’은 경쟁력 아니다
김진선 강원지사의 손학규 경기지사 비판…

행정수도 이전은 한나라당원 아닌 지사 입장에서 검토 중

▣ 춘천= 글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김진선 강원지사(한나라당)는 “(행정수도 이전 반대는) 대한민국에 서울과 수도권만 존재시키겠다는 이야기”라며 손학규 경기지사(한나라당)가 펴고 있는 ‘수도권 집중=국가경쟁력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지사를 9월14일 강원도청에서 만났는데, 이 인터뷰는 손 지사의 <한겨레21> 8월19일치 523호 인터뷰에 대한 상호 토론형 문제제기 성격으로 마련됐다. 김 지사는 전국 시·도 지방분권특별위원회 간사장으로서 지방분권 운동의 리더 역할도 하고 있다.

대한민국 전체가 경쟁력 가져야

-손학규 경기지사는 수도권 집중이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도권은 이미 포화 상태이다. 더 이상 어찌해볼 수 없는, 중병에 걸려 있다. 그러다 보니 신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카드까지 나오게 된 것 아닌가. (손 지사가) 국가경쟁력을 거론하는데, 이런 시각은 전적으로 교정할 필요가 있다. 경쟁력은 선택과 집중에서 나온다. 모든 것에 집중하는 것은 경쟁력이 아니다. 많은 생산을 하되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고 파급효과가 낮다면 그건 이미 경쟁력이 아니다. 수도권이 바로 그런 문제를 안고 있다.

두 번째로, 동북아 시대의 경쟁력은 수도권만 놓고 볼 게 아니라 한반도 전체가 경쟁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 외국 어느 나라도 한 지역만 집중해서 경쟁력을 키우는 나라가 없다. 반대로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질적 관리’ 개념으로 특성화하되 나머지는 다른 지방으로 강력하게 이전해야 한다.

-손 지사는 비수도권 발전의 해법으로, 수도권을 발전시킨 다음 거기서 걷은 세금 등을 지방에 흘려주는 방식(스필오버)을 제안했다.


△ 김진선 강원지사는 "강원도를 생명 · 건강 산업 수도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강한 어조로) 그건 해법이 될 수 없다. (수도권 외의) 다른 지방도 전부 독립된 개발의 주체이다. 그 지역들이 자립해서 발전할 토대를 만들어주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 한쪽에 (기회를) 집중시켜주고 거기서 걷은 돈을 배분해주는 건 있을 수 없다. (수도권 지역의) 규제를 관리해주고 그 효과에 따라 다른 지역으로 스필오버되도록 해야지(수도권을 억제함으로써 다른 지역으로 기회가 넘치도록 한다는 뜻), (수도권에) 다 집중해놓고 생산되는 것을 배분해준다는 그런 독단이 어디 있나. 대한민국에 서울과 수도권만 존재시키겠다는 이야기다.

-경기도쪽은 비수도권 지역이 기업체 등을 늘리기보다는 (수도권에 의한) 웰빙투자로 수도권과의 격차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시 사람들의 휴양터를 제공해주고 운영하라는 이야기인데 그것만으로 지역이 자립할 수 없다.

-같은 한나라당 소속 광역단체장인데 서로 대화할 수 없나?

=시·도지사협의회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곤 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각자가) 지역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뚜렷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중앙정부가 요즘 펴는 수도권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중앙정부가 최근 제시한 3단계 수도권 전략을 보면 고뇌한 흔적은 역력하다. 정부는 공장총량제 골간을 유지하며 자연보전권역 정책도 견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정책도 자칫하면 (효과 없는) 장치에 불과할 가능성도 없지 있다. 왜냐하면 이 전략을 보면 앞으로 몇년 뒤에는 (수도권에) 어떤 규제들을 푼다는 정책 변화가 예고돼 있다. 경제 주체들은 앞으로 올 상황에 대비해 계획을 짜게 마련이다.

-수도권에 몇년 뒤 공장총량제가 풀릴 가능성을 내다보고 기업이 지방 투자를 미룬다는 뜻인가?

=그렇다. 그런 조짐이 이미 보이고 있다. 기업 유치 활동을 해보면 (기업이) 이런 걸 예민하게 보면서 결정을 유보하려는 움직임이 피부로 느껴진다. 전북에서도 대규모 독일계 공장 투자가 거의 논의돼가다가 수도권 규제 완화 때문에 유보된 예가 있다.

-신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지사의 의견은?

=찬반을 꼭 밝혀야 할 문제는 아니지 않나. (강원지사가) 당해 지역의 직접 당사자도 아니고. 그것이 정부 정책으로 실행돼가는 데 따라서 시·도 차원의 (대응) 전략을 강구해나가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신행정수도와의 접근로 확충 요구할 것

-공주·연기에 신행정수도가 건설될 때 강원도에 미칠 영향은?

=도민들이 우려하는 바가 있다. 우선 현재의 서울보다 거리가 멀어진다. 따라서 거리를 좁히려는 노력을 다른 방법으로 해야 한다. 만일 간다면 (공주·연기로 뻗는 접근로 확충 등을) 당연히 우리가 요청할 것이다.

둘째로는 신행정수도 이전 목적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국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것인 만큼 이에 따라 다른 지역의 소외가 심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강원도는 특히 그런 염려가 많으니 특별 정책을 강구해줘야 한다. 신행정수도에 대한 접근로 개선과 함께 지역 특성화 전략도 좀더 보충해줘야 한다. 또 한 가지 도민들 사이에는 지금의 서울과 신행정수도 사이에 거대한 새로운 광역도시권이 생기고 그 도시권 위주로 또 집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한나라당은 소속 국회의원의 3분의 2가 넘는 90여명이 행정수도 이전 반대 서명을 한 상태다.

=이 문제는 당의 입장을 별다르게 고려하거나 영향 받을 일이 아니다. 국토공간 전략 차원에서의 개인적 소신, 그리고 지사라는 공적 입장에서 강원도의 전략과 이해관계에 기초할 뿐이다.

-중앙당의 입장보다는 강원도의 전략이 더 중요하다는 뜻인가?

=그렇다.

-신행정수도 문제는 지방자치와 직결된 정책이다. 중앙당이 이런 문제를 두고 소속 단체장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있나?

=그건 활발한 것 같지 않다. 지자체장들이 아까 말한 대로 당의 정책보다는 각 지역의 입장에서 행동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도 작용한 것 같다.

-시·도지사협의회 지방분권특별위원회 간사장을 맡고 있다. 지방분권이 어떤 원칙에 따라 추진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중앙정부와 지자체 사이에 권한을 내준다거나 빼앗는다는 차원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권능을 차제에 종합적으로 조정해보자는 입장이다. 나는 세 가지 원칙을 주장한다. 첫째는 이제 논의의 단계가 지났으며 확고한 선택을 해야 한다. 둘째로 ‘선분권, 후보완’으로 가야 한다. 완벽한 것을 갖추고 하려면 일이 되지 않는다. 셋째는 조기에 매듭지어야 한다. 참여정부가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한 분권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논란이 많아지면서 진척이 더디다. 이렇게 되면 뜻한 효과가 나오기 어렵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어떤 대목에서 진척이 더딘가?

=예컨대 특별 지방관서의 통폐합 조정은 계속 논의만 하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각 중앙부처가 나름의 방어 논리를 펴고 있다. 자치경찰제도 순수한 대안이 마련돼야 하는데 지금 흘러나오는 것은 조금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자치경찰을) 시·군 등 기초자치단체에 과를 설치하는 정도로 해갖고는 기존 경찰의 보조기관을 넘기 어렵다. 자주재정권 문제도 쉽사리 결론내지 못하는 것 같다.

-참여정부가 추진 중인 국가 균형발전 정책은 어떻게 받아들이나.

=기본 로드맵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정부의 확고한 의지는 분명하다고 평가한다. 이것을 확고하게 좀더 빨리 진행해주기 바란다.  (후략)

 

[세번째 글]

<한겨레> 편집 2002.01.02(수) 20:41

 

내부 식민지론/ 강준만

서울과 지방의 격차가 날로 심해져 지방은 식민지로 전락해 가고 있다. 이에 대해 지방의 저항이 전혀 없는 건 아니나 가벼운 시늉에 그칠 뿐이다. 왜 그럴까? 지방 식민지의 엘리트 계급이 기존 체제에서 큰 재미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지방'의 구분은 진실을 은폐한다. 한국인은 `고향'이 유전자에까지 각인돼 있는 특수한 인종이라 주민등록 주소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살더라도 아버지 고향에 따라 자신의 지역 정체성을 갖는다.

서울의 빈민층은 지방에서 뿌리뽑혀 쫓겨난 사람들이지 서울이 좋아서 간 게 아니다. 지방의 상류층은 서울과 지방에 양다리를 걸치고 살면서 지방의 단물을 빨아 먹는다. 정치인들은 서울에서 뭔가 여의치 않으면 자기 고향에 내려가 지역감정을 선동해 자기 이권을 챙기고 기업인들은 그러한 지역 연고를 이용해 돈을 번다.

지방의 보통사람들은 서울에서 잘 나가는 자기 고향 사람들을 뒷바라지 하느라 등골이 휘는 것도 모르고 선거만 했다 하면 죽어라 하고 자기 고향 패거리에게만 표를 던진다. 물론 그렇게 해서 얻어 먹을 콩고물이 있을까 해서 그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자존심 때문에 그런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자기 고향을 우습게 봤기 때문에 복수해야 한대나 어떻대나.

일부 신문들은 그런 이치를 신문 장사에 이용해 돈을 번다. `갈등'이야말로 신문을 파는 데에 가장 좋은 메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는 그들은 모든 보도를 지역주의 중심으로 함으로써 갈등을 극대화시키려고 애를 쓴다. 물론 그들은 지역주의를 걱정하는 척하기도 하지만 교묘하게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짓을 더 많이 한다.

그렇게 돈을 벌어 비대한 몸집을 갖게 된 일부 신문들은 행여 지방 사람들이 제 정신 차릴까봐 염려돼 그들을 헷갈리게 만드느라 애를 쓴다. 어느 날엔 `서울-지방' 격차가 날로 커져 문제라는 주장을 해놓고 그 다음날엔 천연덕스럽게 수도권 집중 억제가 국가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그 비대 신문들은 미국에서 발행부수가 많은 `빅3' 신문의 시장 점유율이 5%에 지나지 않는 반면, 한국에서의 `빅3' 시장 점유율은 70%가 넘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애써 미국과 한국은 여러 면에서 다르기 때문에 괜찮을 거라고 자위하긴 하지만 지방 사람들이 제 정신 차려 제대로 된 지방자치 부르짖게 되면 자기들의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떨어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더욱 기존의 지역갈등 구도를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애를 쓴다.

지방의 식민지화엔 지방 신문들도 가담하고 있다. 우선 이들은 중앙의 비대 신문들에 대해 감히 입바른 소리를 하지 못한다. 비대 신문들을 두려워할 만한 약점이 많기 때문에 그러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지방 신문들은 대부분 지방 식민지 엘리트들에 의해 경영되기 때문에 이들은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데엔 능해도 기존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애쓰는 내부의 다른 엘리트 계급을 건드리지 못한다. 지방 방송도 크게 다를 게 없다. 한국방송의 25개 지방국과 문화방송의 19개 계열사의 경영자는 여의도 본부에서 지방 식민지 방송의 총독으로 파견되기 때문에 무난하게 일하는 걸 좋아한다.

이와 같은 `내부 식민지론'은 서울보다는 지방에서 훨씬 더 강한 반발에 직면할 수 있는 논란의 소지가 큰 주장이지만, 논란 없는 진실 규명이 어찌 가능하겠는가. 그 지긋지긋한 대학입시 전쟁도 `내부 식민지'의 산물임을 잊지 말자. 다음 지방자치 선거에서 모든 지방민들이 참여하여 이 주제로 원없이 말로 치고박고 싸워보자.

강준만/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