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정리함

한경희 대표, 트렌드 기사보면 가위질 7년간 스크랩북만 50권[매일경제 2006-03-20]

서나노야 2006. 9. 17. 08:30
◆신문을 사랑하는 사람들 / ① 한경희 스팀청소기 대표◆
새벽 5시 30분. 요란한 알람 소리에 잠을 깬 한경희 스팀청소기 대표(43). 현관에 배달된 경제신문을 챙겨들고는 1면부터 빠르게 읽어나간다. 정치 사회 뉴스는 대충 넘긴다. 가전업체 사장이다보니 경제 경영 관련 기사부터 챙겨본다.

속독을 하던 중 '엔화 약세 6개월간 지속될듯'이라는 제목에 시선이 고정된다.

일본 정부의 금리인상 움직임이 가시화됐지만 엔화 강세로 돌아서기까지 충분한 시 간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그는 당분간 일본 수출대금 5000만엔을 환전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자금이 급한 것도 아니고 묵혀두면 환차익을 볼 수 있겠다는 계산을 해본다. 그리고는 오 전에 있을 임원회의에 필요하겠다 싶어 가위를 들고 오려낸다.

이렇게 신문 기사를 모아둔 스크랩북만 50권이다. 7년 전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차 곡차곡 쌓아온 그녀의 보물 1호다.

보통 100쪽짜리 스크랩북 1권을 다 채우려면 1~2개월은 걸린다. 때론 귀찮고 번거 롭기도 하다. 하지만 한 사장은 신문 스크랩북이 '재무 코치'이자 '경영 교과서'나 다름없다고 강조한다.

금융 지식을 얻을 뿐만 아니라 경기 흐름과 상품 트렌드를 읽고 사업 전략을 수정 하곤 한다.

"다른 업종 기사라도 유심히 들여다보면 신상품 아이디어가 번뜩 떠오르기도 해요. 신문 활자에 고객 목소리가 담겨 있거든요."

요즘 소비자는 어떤 상품에 움직이는지 바로 읽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한때 빠르게 첨단화되는 휴대폰 기사를 보고 스팀청소기도 진화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엄습했다. 카메라폰이 등장한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지상파 방송까지 시청하는 시대가 왔지 않은가.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올린 그의 스팀청소기 대박을 시샘이라도 하듯 한 달에 2~ 3개꼴로 유사품이 쏟아지는 것도 불안하다. 이들을 물리치기 위해선 품질 향상과 고급화 전략이 필요하다.

지난달 발표한 프리미엄형 스팀청소기가 바로 그런 맥락에서 탄생됐다. 물탱크가 비면 '알람 멜로디'를 울리는 똑똑한 청소기다.

사용 용도에 따라 탈부착이 가능한 바퀴를 추가해 한층 기능이 업그레이드됐다. 출 시 한 달 만에 2만대가 팔렸으니 성공 예감이 든다.

한 대표는 패션 트렌드 기사도 유심히 챙겨본다. 가전제품은 패션과 마찬가지로 여 심(女心)을 흔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행한 레드와인 색상을 스팀청소기에 적용한 게 큰 호응을 얻었다.

한편 경제신문 기사는 회사명도 바꿔놓았다.

본인 이름을 내건 한경희스팀청소기라는 회사명이 바로 신문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

세계 일류로 꼽히는 패션업체 페라가모와 아르마니 등 사람 이름을 딴 브랜드가 깊 은 신뢰를 주며 오랜 기술 노하우를 상징한다는 기사가 마음에 와닿았다.

"스팀이란 사명으로 출발했는데 보통명사라 그런지 차별화가 안되더라고요. 한경희 가 스팀청소기의 원조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 제 이름을 붙였죠."

그는 경제신문이 시장과 통하는 열쇠라고 말한다.

가치 있는 경제뉴스만 엄선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깊이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 는 것도 좋다. 그녀는 정말로 신문을 사랑한다.

[전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