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정리함

책하고 혼자 노는 몇가지 방법

서나노야 2006. 9. 8. 08:40

'난 내 일이 참 좋아',라고 해맑은 표정으로 말한다면 그동안 이런저런 투덜거림을 들어오던 지인들은 모두 '얼씨구~'하며 뜨악하게 쳐다볼 것이다. 그래도 책에 대한 연정만은 늘 가슴에 품고 있으니 나름 즐겁게 일하는 편이라고나 할까? 흠흠.

 

허나 아무리 지고지순한 연정이라도 화수분처럼 쌓여 가는 신간들에 치이다 보면 어느 순간 책들이 '징글징글'해지는 때가 있다. 그래서 터득한 방법이 '책하고 혼자놀기'다. 책 내용만으로는 뭔가 심심하다, 싶을때 그냥 책하고 가볍게 놀아보자. 셈양이 터득한 혼자 놀기 방법은 대략 아래와 같다.

 

하나. 표지랑 놀기.
책을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건 책표지다. 문학의 경우 표지디자인을 누가 했느냐에 따라 책의 매력도가 확실히 차이가 난다. 그래서 나온 것이 표지디자이너 맞추기 놀이! 놀이의 룰은 간단하다. 자기가 마음에 들었던 책표지를 찜! - 책날개에서 디자이너의 이름을 확인한다 - 비슷한 느낌의 책들을 열심히 찾아본다.

 

이렇게 책표지를 열심히 구경하다 보면 '이 책의 디자인은 어느 분이 하셨구나' 하는 감이 오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디자이너는 오진경씨로 <나는 공부를 못해>,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합본)>, <> 등이 그녀의 작품이다. <지문사냥꾼>의 일러스트로 잘 알려진 이관용씨가 작업한 표지들도 눈에 화~악 들어오는 편.

 

특이한 책표지를 발견하며 노는 재미도 쏠쏠하다. 예를 들어 <이탈리안 조이(ITALIAN TOY)>는 접혀진 책표지를 펴면 큰 사진 포스터가 되고, <괴테 자서전>은 두 겹의 책표지가 자석으로 되어 있어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다(이 부실한 설명을 부디 용서해주시길 -.-;). 또 하드커버일 경우 속표지만의 매력도 있으니, 겉표지만으로 책의 이미지를 결정하지 말 것. 그 느낌이 궁금하시다면 <강산무진>을 한 번 보시라.

 

둘. 저자 및 역자랑 놀기
책의 선택에 가장 중요한 요인을 꼽는다면 저자 및 역자일 것이다. 책표지에 쓰여진 이름을 보며 그들의 전작 맞추기 놀이를 해보는 건 어떨까. 책 제목과 함께 출판사, 출판년도까지 쓰리쿠션으로 맞춘다면 놀이의 희열은 배가될 듯. 저자에 대한 호기심이 마구 땡겨 아마존이나 기노쿠니야 서점까지 찾아 보겠노라,면 참으로 기특한 노릇이나 이는 심심풀이성 '놀이'와는 성격이 맞지 않으므로 과감하게 생략한다(룰은 순전히 내맘대로임). 역자의 경우 좀 더 많은 내공이 필요하지만 이도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니 충분히 시도해볼 만 하다.

 

셋. 숫자랑 놀기
음...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우선 책 가격 맞추기 놀이가 있다. 책의 두께, 컬러 인쇄, 일러스트 및 사진 유무 등을 파악한 후 가격을 맞춘다. 뭐, 책 가격이야 출판사 마음 아니겠는가. 맞추면 즐겁고 틀려도 그만이니 그냥 가볍게 시도해보자. 책 페이지수 맞추기 놀이도 마찬가지. 

 

또 하나가 책 판매부수 맞추기 놀이다. 이건 아무래도 업계 관계자만 도전할 수 있을 텐데, 출간 후 일정 시점에서 특정 도서의 책 판매량을 맞추는 것이다. 이를 비교적 정확히 가늠하고 예측해야 시장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판매부수 맞추기 놀이'의 경우 아직도 나에게 많은 수련을 요하는 놀이라 하겠다. 절차탁마하여 내 언젠가는 승률 100%를 달성하리라!

 

이렇게 책하고 혼자 노는, 나만의 방법을 얼추 정리해 보았으나 아직까지 미개발된 부분이 많다.
혹 자기만의 즐거운 놀이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시라.
버전업할 용의, 얼마든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