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정리함

있을 때 잘 하지, 뒷북치면 뭐해!

서나노야 2006. 9. 2. 09:41
처음엔 그랬죠. “내 인생에 여잔 너뿐이다”, “니가 젤 예쁘다”, “너 없으면 못 산다” 등등. 그말 다 믿어가며, 이제는 해피엔딩이다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게 웬일! 믿었던 그가 바람이라뇨.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도, 스스로 미친 놈이라고 난리를 쳐도 제 마음은 이미 끝나버렸습니다. 지금도 잘못했다며 용서를 빌지만 글쎄요, 있을 때 잘 하지 이게 무슨 소용이랍니까!
저 정말, 이 한 몸 다 바쳐 지극정성으로 만나왔습니다. 아니, ‘모셨다’고 하는 게 더 옳은 표현이겠죠. 하지만 배은망덕하게도 내가 사준 옷 입고, 내가 준 용돈 들고 딴 여자를 만나온 겁니다. 딱 들켰을 때도 시치미를 떼다가 결국은 울며 빌며 매달리더군요. 하지만 제 마음은 이미 끝! 여전히 제 치맛자락을 붙잡으며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지만, 그러길래 바람은 왜 핀 걸까요? (정**, 26세)

2년 동안 무던히도 참아왔었어요. 술 좋아하고, 친구 좋아하는 거, 다 이해했습니다. 선물 하나 못 받았던 거, 돈 아깝다 생각했죠. 기념일 따위 세어보지도 못 하고 24시간 대기조처럼 그 사람이 부를 때 마다 달려나갔던 거, 내가 좋아서 한 일이니 뭐라 할 수 있나요. 하지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합니다. 그렇게 봐줬으면 됐지, 사람들 앞에서 절 막 대하고 무시하니 도저히 못 참겠더군요. 그래서 헤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남자, 정말 웃깁니다. 이제서야 돌아와달라고 별 짓을 다합니다. 개과천선했다나요? 글쎄요, 하루아침에 고쳐질 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있을 때 잘 하지… (김**, 23세)

“더 괜찮은 여자가 있을 줄 알았죠”
남의 것이 더 좋아 보이고, 그림의 떡에 눈이 가는 남자들. 제아무리 퍼펙트한 여자가 옆에 있어도 분명 눈이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먹이감이 없나 입맛을 다실 그들!
이런 남자들일수록 결과는 뻔하다. 이 여자, 저 여자 다 만나보고 결국은 옛 여자에게 자연히 눈이 간다. 그때서야 구관이 명관임을 느껴 마치 금의환향하듯 당당하게 나타나 “그래도 너 뿐이야”라는 말을 늘어 놓는다.
그러나! 절대 속아선 안 된다.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 이미 그에게 옛 여자는 또 다른 그림의 떡. 그러니 다시 눈을 돌릴 수 밖에. 언제 떠날 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너무 잘해 준 그녀 탓이에요!”
바람 피운 것도, 자신이 못한 것도 여자 탓이라는 남자. 대체 이 뻔뻔한 주장의 근거는 뭘까? 이유인즉슨 이러하다. 여자가 너무 잘해주는 바람에 자신은 무기력하게 길들여졌고, 긴장감도 없어져 마음이 식었다는 이야기. 그래서 다른 여자에게 신선한 기분을 느끼게 되고 잘해 준 ‘그녀’에게는 막 대하게 된다는 우격다짐 이론을 내세운다.
그렇다면 만약 톡 쏘듯이 남자를 대했다면 어떻게 될까? “날 사랑한다면 잘해줘야 하는 거 아냐?”라며 불만을 내뱉을 지도. 이러나 저러나 다 불만인 것을 핑계만 가져다 대는 남자. 그리고 항상 후회할 것이다. “그렇게 잘해준 여자가 없었는데…”

“제가 잠시 돌았었나봐요!”
무시무시한 범죄자들이 재판상에서 자기변호로 삼는 것이 ‘정신이상’이다. 실제로 감형될 수도 있으니 무조건 우기고 보는 사람도 많다. 남자도? 그렇다. 실컷 잘못은 다 저질러놓고 뒤늦게 하는 말, “내가 잠시 돌았었나봐!”, “차라리 날 때려줘, 내가 미친 거지” 그래, 미친 거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사랑에 먹칠을 했겠는가.
여자는 잠시 돌았었다는 그 말을 듣고 “그래, 그때뿐이겠지”라며 쉽게 용서해선 안 된다. 쉬운 용서는 습관을 만들어준다. 정신이 나갔던 건지, 아니면 치밀하게 생각했던 건지 그 누가 알겠는가. 정신착란은 절대 이유가 될 수 없다.

★ 당신들, 있을때 잘해!
사람이든 사물이든 그 소중함을 깨달으려면 꼭 당해보고서야 알게 된다. 벼락이 무섭다는 걸 꼭 맞아봐야 알고, 사람이 무섭다는 걸 꼭 당해봐야 안다.
이런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으려면 여자나 남자나 ‘있을 때’ 잘 하자. 있을 때 열심히 사랑하고, 있을 때 잘해주고, 있을 때 고마워하고, 있을 때 존중하자. 뒤늦어 떠난 사랑, 애써 붙잡은들 상대 마음엔 상처만 남아있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도 ‘전과’가 남게 된다. 사랑은 시범경기가 아니다. 매순간 긴장 좀 하고 사랑할 것!

사진 출처 / 영화 <양철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