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고 정신 없고 사람 들뜨게 만드는 바캉스철이 다가오면서 혼자 방바닥을 긁는 게 억울했던 걸까. 뉴스 속 피서를 즐기는 젊은 청춘들을 보다가 뜬금없이 두 달 후 쌀쌀한 가을에 수면 위로 떠오를 바캉스 베이비와 십대 미혼부모, 피서지 위험한 낯선 남자들의 성추행 사건들을 우르르 떠올리면서 또 내 고질병인 ‘남 걱정’에 사로잡혔다. 그리하여 젝시 홈에서 ‘첫경험’ 이라는 단어로 검색하다 ‘첫경험을 하게 되는 요인’이라는 글에서 아주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발견했다.
[남자] - 술김에(34.2%), 사랑해서 (27.5%), 그냥 하고 싶어서(18%), 생일 같은 특별한 분위기(10%), 여행 (5.3%) [여자] - 상대방의 요구와 설득(22%), 술김에(18%), 특별한 날 분위기(14%), 강압에 의해(10%), 그냥 하고 싶어서 (10%), 사랑해서(8%)
여자의 첫경험 요인 중,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닌 타인에 의해 성관계를 하게 된다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사실보다 ‘사랑해서’ 라는 이유가 겨우 8% 라는 게 더 억울했다.
|
잠자리를 해도 불안하지 않고 모든 위험들을 감수할 만큼 사랑에 확신이 있다면 그건 남자가 믿음을 주고 그녀를 아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그 남자가 그런 좋은 남자가 아닐지라도 그녀의 결심이 혼자만의 착각일지라도 남자에게 버림받든 어쩌든 내 인생각본은 내가 쓰는 것이니 몸의 주인이 허락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 믿음이 가지 않고 더 지켜보고 싶은 마음인데 남자가 내 몸을 컨트롤 하려 드는 건 진심으로 건방진 짓이다. 이런 나의 주장을 말했을 때 너무나 이기적이라는 욕을 들었다. 하지만 내 몸인데! 내가 임신과 낙태 공포를 피하고 싶다는데 내 생존 본능인데! 나도 성인이고 그 정도 자기 방어는 할 수 있는 건데 이기적인 게 당연한 거 아닌가. 뜨거운 냄비를 만지면 화상을 입는 걸 알아서 안 만지겠다고 젖은 행주를 이용해서 조금 있다가 만지겠다고 하는 건데 그게 잘못된 건가? 그것보다 자기 몸을 멋대로 나에게 넣겠다는 게 더 이기적이지 않은가? 몸의 주인은 ‘니’가 아닌 난데 왜 내 몸을 내 맘대로 하는 게 이기적이라는 건가. 내 몸은 니 몸이 원하는 걸 꼭 풀어줘야 하는 의무가 있는 ‘니 것’ 이 아닌데.
“선택해라~ 그대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공포에 떨며 타의에 의해 마지못해 열어 준 문 앞에서 혼자 박 두드리며 각설이 타령을 부르던지, 몸의 주인이 허락하도록 정성을 들여서 뜨겁게 환대를 받으실 것인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