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애완동물 장례문화
가족의 일원으로써, 애정과 사랑 속에 삶을 함께 한 애완동물의 죽음은, 겪어본 사람이 아니고는 이해하기 힘들 정도의 커다란 슬픔으로 남는다. 억누를 수 없는 슬픔과 고통을 주위의 핀잔이 두려워 혼자 가슴앓이를 하며 삭여야만 하는 경우가 많다.
선진국의 발달된 장례문화와는 달리, 몇 해 전 만해도 “애완동물 묘지”나 “장례”라는 단어는 지극히 생소한 느낌이 었다. 집에서 기르던 애완동물이 죽으면, 근처 뒷산에 몰래 묻어주거나 동물병원에 처리해 달라고 하며 마음을 달랬을 뿐, 장례를 치루고 화장이나 묘지를 따로 만들어준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스스로를 강한 정신력의 소유자라 위로하며 이러한 절름발이 문화를 수용해야만 했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서 몇몇 애완동물 장례절차를 통해서 애견가족의 상처를 달래주는 수준이지만 이러한 꾸준한 시도는 우리나라의 여건에 맞는 장례문화의 정착에 초석이 될 것이다. 급증하는 애완동물 양육가정과 더불어, 신종 애완동물 관련사업들이 급속도로 형성되고 있다는 언론보도 등을 보더라도, 분명히 우리나라에서도 온전한 반려동물 문화가 필요하며 이를 지탱해 줄 튼튼한 사회적, 제도적 기반 또한 요구됨을 알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관련법규의 규제는 더욱 강화되어 이제는 모든 애완동물 장례관련 업무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애견가족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어휘가 나오더라도 양해를 구하며, 갈수록 더 많은 제약을 받게 된 관련 법규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 각 가정에선 애완동물이 죽으면, 으레 근처 뒷산 등지에 묻어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상 이는 위법행위에 속한다.우리나라에는 현재 애완동물 화장 및 매장 등에 관련된 법률은 전무한 상태이다. 법을 지키려면 종량제 쓰레기 봉투에 담아 버리거나(?), 폐기물 처리 업체에 위탁하여 처리해야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반려동물로 키우던 애완동물을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릴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이처럼 누구든지 시장 군수 구청장이나 공원 도로 등 시설의 관리자가 폐기물의 수집을 위하여 마련한 장소 또는 설비 외의 곳에 폐기믈을 버려서는 안되며(제 7조), 이 법에 의하여 허가를 받거나 승인을 얻은 매립시설 외의 곳에 폐기물을 매립하는 경우에는 제 58조에 의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최근 들어서 행해지고 있는, 애견가족이 표현하는 ‘화장’도 결국은 쓰레기 소각의 의미를 지니 폐기물 관리법에 따라야만 하는 것이다. 소각은 법률상으로 ‘폐기물 중간 처리업’에 해당하며 매립이나 최종처리를 위해선 폐기물 최종처리업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매장이나 화장 유골의 보관에는 엄청난 제약이 따른다고 보면 된다.
더욱 암담한 것은 지난 2001년 8월 9일 부로 동물병원에서 발생되는 모든 사체는 ‘생활폐기물’이 아닌 지정폐기물중 ‘감염성폐기물’에 분류되어, 보다 엄격한 폐기물 처리규정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모든 동물병원은 폐기물 운반, 처리 업체와 의무적으로 계약하여 이를 시행하고 있다. 동물병원에서 발생한 동물사체를 쓰레기 봉투 등에 넣어 불법처리하는 경우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무단투기에 대해서는 7년이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애완동물이 가정보다는 동물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곧 지금까지 행해져온 화장이나 장례문화의 정착은 불가능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잠깐 생활폐기물과 감염성 폐기물의 차이 등 ‘폐기물 관리법’에 대하여 알아보자.
먼저 폐기물 관리법에 따르면 '폐기물‘이라 함은 쓰레기, 연소제, 오니, 폐유, 폐산, 폐알카리, 동물의 사체 등으로서 사람의 생활이나 사업활동에 필요하지 아니하게 된 물질을 말한다. 이러한 폐기물은 ’생활폐기물‘과 ’‘사업장폐기물’로 구분되는데, 사업장폐기물중 주변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거나, 인체에 유해한 물질을 대통령령으로 정한 것이 ‘지정폐기물’이다. 특히 이중‘감염성폐기물’은 또 다른 별도의 시행규칙으로 관리하고 있는, 폐기물중 가장 엄격한 운반 및 처리시설이 요구되는 폐기물을 뜻하고 있다.
폐기물관리법상 ‘감염성폐기물’이라 함은 지정폐기물중 인체조직 등 적출물, 탈지면, 실험동물의 사체 등 의료기관이나 시험, 검사기관 등에서 배출되는 인체에 유해한 물질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폐기물을 말한다. 운송차량의 냉동시설은 물론이고 운송시의 각종 규제를 비롯하여, 소각 시 850도 이상의 열처리 등 관리 및 처리시설에도 환경부의 까다로운 허가와 승인을 요한다. 지방단체의 관리하에 있는 생활폐기물과는 달리 엄격한 제약이 따른다.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동물병원의 모든 사체에 대한 감염성폐기물 분류는 곧, 그나마 시도되었던 애완동물 화장문화가 싹을 피우기도 전에 시들어 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감염성폐기물 처리업은 막대한 비용과 규제를 감수해야 하며, 설령 뜻 있는 애견가족 중 한 사람이 허가와 승인을 받더라도 폐기물처리이외의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와같이 감염성폐기물에 대한 관리강화로 동물의 사체 또한 더욱 엄격히 관리되는 것과 대조적으로 ‘감염성 폐기물’로 분류되어 있던 인체조직의 ‘적출물’은 다른 법률의 개정(부칙 제7조)에 따라 ‘세탁물’로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법률적인 분석이 필요하지만 인체의 적출물에 대한 규제는 완화되면서, 안락사나 교통사고 등으로 감염위험이 적은 사체가 늘어나고 있는 동물병원의 모든 사체에 대한 ‘감염성폐기물’분류는 아이러니한 일이다,
동물병원의 모든 사체가 인체에 유해하다면, 현실적으로 볼 때 동물병원의 사체뿐만 아니라 서울을 조금만 벗어나도 지방도로 곳곳에 널려있는(?) 들고양이의 사체에 더욱 신경을 써야 되는게 아닌가 싶다. 광견병의 전파위험은 둘째 치더라도, 껍질만 남겨진 후 흔적도 없이 사라질 때까지 도로에 뭉개진 채 방치되고 있는 고양이의 사체는, 차안에 동승한 아이들이나 운전하는 운전자 모두에게 결코 가볍게 스쳐 버릴수 없는 혐오스러운 잔영을 남겨 놓는다.
* 동물의 사체 처리에 대한 현실감이 부족한 관련 볍규들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기도 하였다. 몇 해 전인 1998년 모대학에서 실험용 동물사체를 대학구내 불법 매립한 것으로 보도된 사건이 있었고, 2000년 11월 한 동물관련단체가 동물병원의 동물사체를 불법 소각 처리하여 법적인 제제를 받은 일도 있었다. 이러한 일들은 제도적 도구와 문화적 현상이 어우러지지 못한 현실의 부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별표에는 한 가지 눈에 띄는 조항이 있다. 감염성폐기물 중 동물의 사체를 본인이나 동물의 주인이 요구할 경우 ‘매장 및 묘지에 관한 법률시행령’이 규정한 지역중 시, 도지사가 인정한 장소에 1미터 이상깊이로 매몰하거나 ‘매장 및 묘지에 관한 법률’에 의한 화장장에서 소각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화장처리 비용은 ‘우마(소나 말)’를 적용하여 최소 50000원의 비용이 든다. 물론 사회적 여건상 사람의 죽음을 애도하는 공원묘지나 화장장에 애완동물의 사체를 들고가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행동일지도 모른다. 환경부 관련 부서에서는 어떤 유가족이 용납하겠느냐고 반문한다.
어려운 국내의 경제여건이나, 사람의 매장도 어려운 좁은 땅 등을 고려할 때 일부에서 이러한 논의자체가 억지스러운 이야기로 치부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문화적 관점에 대한 이해를 떠나서 매장은 힘들더라도 애완동물 화장문화의 정착만이라도 꼭 필요한 시기이다. 반감을 가진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제도적인 부재로 인하여 야밤에 몰래 묻히거나 불법 처리되는 애완동물의 사체보다는 공식적인 화장처리가 공중위생학적으로 보더라도 깨끗한 환경을 만드는데 일조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인터넷상에는 사이버 애견묘지활용 등 애완동물과의 사별을 위로할 수 있는 많은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죽은 애완동물의 사체는 폐기물로 처리되어야 할 상황에서 이러한 문화적 추모활동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하는 회의감마저 든다. 현실에 안주하며 성숙한 여건을 기다리기보다는 관련인 모두가 정당한 문화로 인정받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실질적인 애완동물 화장에 관한 법률제정을 위해서도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시기이다. 선진국에서 행해졌던 관련단체들의 서명이나 진정운동 등을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현 사회에서 내가 싫어하는 문화권을 무조건 매도하기보다는 다양한 생각과 양식을 가진 사람들을 존중하며 살아가는 환경을 이해하고 함께 기쁨과 슬픔을 나눌 수 있는 따뜻한 세상이길 기대한다. 우리의 환경에 맞는 애완동물 장례문화의 정착으로, 그 동안 애완동물에게 정을 준 죄로 삽을 들고 몰래 그들을 묻어야 했거나,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려야 했던 고통과 아픔을 뒤늦게나마 위로 받을 수 있는 날이 꼭 오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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