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정리함

첨단과학이 만든 ‘팀가이스트 마법’

서나노야 2006. 10. 10. 20:48
살아서 꿈틀댄다
첨단과학이 만든 ‘팀가이스트 마법’
2006년 06월 15일 | 글 | 전 창 동아일보 기자 ㆍjeon@donga.com |
 
“축구공이 야구공처럼 꿈틀대고 있다.”

영국 배스대의 스포츠과학자 켄 브레이의 말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정한 10번째 공인구인 ‘팀가이스트’. 공격수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보배지만 골키퍼들에겐 저주의 대상이 되고 있다.

13일 벌어진 한국과 토고의 경기를 보자. 0-1로 뒤진 상황에서 터진 ‘깐돌이’ 이천수의 프리킥은 20m를 날아가 골망을 흔들었다. 역전골인 ‘반지의 제왕’ 안정환의 슛도 27m짜리.

이뿐만이 아니다. 브라질을 살린 카카의 크로아티아전 결승골 역시 왼발 중거리 슛이었다.

이번 대회 들어 유난히 중거리 슛이 속출하는 것은 팀가이스트의 ‘놀라운 성능’ 덕분.

한국의 수문장 이운재는 “정말 어려운 공이다. 잡으려고 하면 튀어나가 저 멀리 가버린다”고 말했다. 잉글랜드 수문장 폴 로빈슨은 “공 표면이 비닐을 씌운 듯 미끄럽게 느껴진다. 비라도 내리면 더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팀가이스트가 이전 공인구와 가장 다른 점은 완벽하게 동그랗다는 것. 1970년 멕시코 월드컵에서의 첫 공인구를 비롯해 이전 것들은 32개의 가죽 조각으로 공을 만들었으나 팀가이스트는 이를 14개로 줄였다. 이음새 부분이 종전보다 60%나 줄어들었다. 그만큼 울퉁불퉁하던 것이 매끄러워졌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어디를 차도 맘먹은 방향으로 휙 날아간다.

아디다스사의 자체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팀가이스트는 다른 경쟁 업체의 축구공보다 30%가 더 정확하다. 이는 로봇 다리로 똑같은 속력과 힘으로 공차기를 수만 번 반복해서 얻은 결과다.

공을 구성하는 재질도 달라졌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 가죽과 폴리우레탄을 섞은 첫 인조피혁공이 나왔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부터는 완전 합성수지 제품.

팀가이스트는 수중전에서도 변함이 없다. 수분 흡수력이 4.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FIFA의 기준은 ‘수분 흡수력이 10% 이하일 것’이다.

이번 월드컵에 참가한 공격수들도 볼멘소리를 하긴 마찬가지다. 볼이 너무 잘 튀고 어디로 갈지 모른다고 해서 ‘이건 축구공이 아니라 럭비공’이란 말이 나올 정도.

하지만 테스트 결과는 다르다. 패스의 정확도를 알아보는 리바운드 테스트에서 팀가이스트는 FIFA의 기준을 너끈히 통과했다. 2m 높이의 철판에서 10번 떨어뜨려 가장 높이 튄 지점과 낮게 튄 지점의 차이가 10cm를 넘어서면 안 된다는 것이 FIFA의 규정. 팀가이스트는 2cm에 불과했다.

공이 정밀해진 만큼 세밀한 볼 컨트롤이 요구된다. 어설픈 헤딩은 팀가이스트를 정말 럭비공으로 만든다. 생각 있는 플레이가 필요한 월드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