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정리함

공포소구

서나노야 2006. 10. 10. 06:48
 클린턴, 선거 때마다 '빈라덴' 공화당 비난 [머니투데이]
 공익광고도 ‘튀어야 산다’[이데일리]

 

고등학교 다닐 때 이야기이다. 교무실을 다녀온 반장이 교실로 돌아와 정규 수업이 취소되고 특별 시청각 교육이 있으니 과학실로 이동을 하라고 하였다. 웬 시청각 교육이지? 하며 아이들이 웅성거리며 과학실로 이동을 했다. 혹시 성교육? 이라는 부푼 기대를 안고서. 과학실에 들어왔다.(역시나 옆 반과의 합반이었다.)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VTR이 켜졌다. 무슨 주제일까 궁금한 눈으로 TV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젠장!! TV화면 속에 연기가 자욱하다. 화재교육?? 천만에 말씀!! 흡연관련 교육이었다. 실망한 아이들의 시선이 TV에서 사라진다. 뭐 다른 할 것을 찾다가 이내 TV로 시선이 향해진다. 아쉽게도 그 당시의 고등학생들에게는 핸드폰이 없었고, 삐삐로 시간을 때울 방법도 없었다. 어두운 과학실에서는 만화책 역시 도움이 될 수 없었다. 자다가 걸리면 더 혼나고...... 어쩔 수 없다. 흡연 교육 VTR을 볼 수  밖에......

 VTR에는 10년간 담배를 피운 사람의 폐의 모습과 20년간 담배를 피우다 폐암에 걸려 고생하는 사람의 모습이 나온다. 또 흡연으로 인해 식도암에 걸려 입으로 말 할 수 없는 사람이 목에 구멍을 뚫고 전자 마이크를 달고서 겨우겨우 힘겹게 인터뷰를 하는 모습도 등장한다.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목소리로 담배를 피웠던 지난날을 후회하며. 지루한 눈빛으로 VTR을 보던 아이들이 이내 심각해진다. 흡연으로 고생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자신의 10년 후, 20년 후 모습으로 투영되었나보다. 나도 담배를 비우면 저렇게 되겠구나...... 순간 담배로 얼룩진 가슴이 뜨끔 한다. 불안함과 초조함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무섭다.

 이와 같은 메시지 전달 방식을 공포소구라고 한다.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대해 ‘공포’라는 정서적 반응을 유도하여 수용자가 대상에 대한 위협을 느끼게 하면 이러한 위협에 대한 결과로서 사람들은 제기된 위협 요인이 증가하는 행동을 삼가거나, 위협을 줄이기 위한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인지적 위협을 통해 태도나 행동을 변화시키는 방법이다. 말이 어려워서 그러지 한마디로 겁줘서 못하게(또는 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포소구를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의 예는 우리 주변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앞서 말한 금연을 비롯한 교통, 화재 등의 공익광고부터 대통령 선거기간의 용공비리, 경제위기론 등의 정치적 선전,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는 여러 동화들까지 공포소구의 맥락에서 이야기 할 수 있다. 심지어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진다는 피노키오의 이야기도 일종의 공포소구라면 이해가 될까?
 
 인간의 심리적 공포심을 이용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공포소구. 개인적으로는 썩 맘에 드는 수단은 아닌 것 같다. 공포소구를 이용한 메시지들은 꼭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좋은 말로 할 때 듣지. 꼭 겁을 줘야 말을 듣냐?’라고. 인간의 자율성을 무시 하는듯한 메시지에 공포에 질려 어쩔 수 없이 따르게 하는 것 같다. 물론 이런 나의 주장은 비겁하게 반박의 여지를 남긴다. ‘물론 공포소구가 필요할 때도 있겠지만......’라고.


왜 말을 못해!! 니 생각은 이렇다고 왜 말을 못해!!
옆에서 자꾸 그건 아니라는데 어떻게 말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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