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정리함

욜 감독이 영표에게.

서나노야 2006. 10. 5. 00:46
욜 감독이 영표에게.   2006/06/23 02:40 추천 2     스크랩 14

 

 

넘어섰다.jpg

붉은 악마와 경기장을 찾아주신 모든 팬 분들 수고하셨습니다. 그날 약간 썰렁했는데(좌석이 군데군데 비었죠) 게다가 라이프치히 경기장 배경색깔이(의자색) 푸른색이라 멀리서 보면 다 푸르게만 보여 속상했는데(열성팬 수는 프랑스나 우리나 비슷했던 듯. 응원은 우리가 단연 압승!) 그 짜랑짜랑한 목소리들로 백만 군대 부럽지 않았습니다. ^^

 

 

휴.. 정말 다시 오랜만.

시간이 없어서 글을 못쓸 수도 있다는 거 이번에 알았어요.

지난 라이프치히 경기장에서 막판 환희를 즐길 새도 없이

(거의 7분만에 박지성 기사를 완성했다는....) 새벽에 2시간 정도 잠시 쉬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다시 새벽 차로 스위스-토고전이 있는 도르트문트로 이동,

그곳에서 막판 바르네타의 골에 '아니, 이럴수가!' 한번 외쳐보고, 다음날 다시

하노버 근처로 옮겨 스위스 베이스 캠프로 갔다가, 다시 다음날 프랑크푸르트에

옮겨 기사쓰고 네덜란드-아르헨전 보고 지금은 다시 하노버... 헥헥. 다리 위에

올려놓고 기차안에서 컴터를 썼다가 갑자기 멀미나 고생하고, 지금은 여기 헤이 피버던가? 꽃가루 알레르기 같은 걸로 코찔찔이가 돼서 맹맹한 상태로 있답니다.

 

원래 이렇게 속 드러나는 글만 자꾸 쓰게되면 진짜 찌질이로 보일 수도 있고,

말도 자꾸 하면 흠이 될수도 있어서 조금 조심하려는 마음이 없던 것도 아니지만, 

막 글을 쓰고 싶은데, 세상에 쓸 거리들이 넘 많은데, 도저히 이동시간과 기타 등등으로 글을 쓰지 못하니까 진짜 답답하대요. 순간 막 눈물까지 나올 정도로... 

 

경기장 미디어 센터에서도 가끔 인터넷이 먹통 되는 경우가 많아 기사쓰다가도

당황하는데, 오늘은 또 시간 내서 여기 페이지 열였더니 한시간 반동안이나 먹통.

간만에 글 쓰려 했더니 왜케 날 안도와 주는 거야.. 하면서 또 찔찔 대다, 겨우 연결. 즐겁게 글을 씁니다. 역시 변덕으로 먹고 산다더니 금방 기분 좋아져서 룰루랄라~.

 

하긴, 지금 기분이 좋은 건 아녜요. 약간 긴장상태. 스위스의 그 야릇한 여유도 찜찜하고, 우리 대표팀 그동안 참 원정에서 고생하고 잘했는데 또 어떻게 뛸지 걱정되고 잘했으면 좋겠고, 막 여러가지가 짬뽕돼서 가슴이 막 두근두근.

 

하튼, 또 끊기기 전에 짧게 끊고 가고 또 오겠습니다.

이건 지면 사정으로 올리기 힘들었던 건데요. 아무래도 힘이 되지 않을까

싶어 올려봅니다. 토튼햄 마틴 욜 감독인데요. 자상한 스타일은 아니었던 거 같은데,

꽤 마음 좋으시더라고요.

 

여기 BBC 라디오 해설위원으로 오셨어요. 오다가다 자주 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인터뷰 하면서 들었던 얘기, 편지로 재구성합니다. 아무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영표 선수 얘기만 주로 하더라고요.

그럼... 재구성한 편지 공개~~~

 

욜감독.jpg

 

 


영표.
자넨 날 못봤겠지만 난 그동안 자넬 봐왔네.
BBC 라디오 해설로 여기 독일까지 오게 됐다네.
그때였지. 한국과 프랑스와의 경기가 있던날. 나도 라이프치히 경기장에 있었다네.


아, 프랑스라고 하면 자네가 서운해할 지도 모르겠네.
알려졌다시피
BBC 특별판을 내면서
한국이 프랑스에게 0대3 정도로 질 거라고 예상했던 게 나 아닌가.
1승1무1패로 한국이 16강에 탈락할 거라고 썼었지. 아마 자넨 그걸보고 기분이 나빴을 지도 몰라.

 

한국을 얕봐서가 아니라 프랑스가 그만큼

강할 것이라고 생각했지. 아무리 프랑스의 전력이 나빠졌다고 해도, 과거의 명성은 이렇게 큰 대회에서 쉽게 사라지는 게 아니었거든. 사실 그동안 한국 경기를 조금 봤지만 예전에 느꼈던 그런 투지가 약간 사라졌다고 생각했거든. 지칠줄 모르는 체력과 악바리 같은 그런 투쟁 정신 말일세.


하지만 난 그날 내가 얼마나 잘못 생각했는지 알게됐네.

내가 최근 저지른 실수 중에 아마 손꼽히는 게 아닐까 싶네. 한국은 끝까지 포기할 줄 모르더군.

아니 후반 중반 부터 더 빨라지더군. 아무리 축구가 100m 달리기가 아니고 마라톤에 가까운 운동이라고들 하지만 그런 정신력을 갖긴 쉽지 않았을 게야.

당연히 자네의 경기를 집중해서 봤네. 아무리 그래도 자네는 내 식구 아닌가.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았지.

지단을 앞에 두고도 1대1 돌파를 하는 장면, 상대 수비벽을 무너뜨리며 깊숙히 침투하는 장면... 참 신기해. 역시 수비는 잘해도 어려운 모양이야. 그렇게 잘하는 데도 아무래도 눈이 가는 건 공격수들일 테니 말일세.


자네. 역시 세계 최고 선수급일세.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건 아니더라도, 분명 아는 사람들은 잘 알걸세. 자네가 그날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지. 얼마나 몸바쳐 뛰었는지. 자네가 힘들게 뛰어도 화면엔 잘 안잡힐 경우가 많더군. 그거 아는가? 그날 비에라와 사뇰이 자네 때문에 얼마나 무기력하게 보였는지?


영표 자네는 우리 팀에서도 항상 리더십 있었어.

외국 선수인데도 영국 선수들과도 잘 어울리더군.

저메인 데포가 처음 우리팀을 나간다고 했을 때 사실 분위기 안좋았지 않은가. 그런데 그런 삭막한 분위기를 풀어준게 자네인 것 같네. 데포가 그러더군. 영표랑 믿음이 같아서인지 친근감도 느끼고 얘기도 많이 하게 된 것 같다고. 경기 전에도 다른 선수들에게 지시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디서나 변함없이 리더십있게 행동하는 게 참 마음에 들었네.


아, 그리고 BBC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이영표라고 계속 불렀다네. 영표리 대신. 여기 있는 BBC 친구가 처음에 “감독님이 항상 이영표라고 부르시잖아요. 근데 여기 리스트엔 영표 리로 돼 있는 데 어떤 이름이 맞나요?”라고 묻더군. 그 친구 생각에 리스트가 잘못됐다고 여겼나 봐. 내가 항상 이영표가, 이영표가, 라고 부르니. 그게 한국식 아닌가.

이영표. 영표.
그동안 항상 말해왔지만 자넨 세계 최고의 윙백 감일세.

잉글랜드와서 힘든 일도 많았겠지만, 더 성장했을 거라 믿네. 지금 대표팀에서도 자넨 분명 눈에 띄었어. 경기장에서 본 사람들은 자네가 얼마나 그라운드에서 미친듯이 뛰어다녔는지 알게 될 걸세.
자네가 기분 좋게 웃길 바라네. 한국에도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네.
그럼
.

 

 

이영표.jpg

이영표 선수 이번에도 좋은 활약을~! 


 

힘들어보여.jpg

 

지성선수, 힘들더라도 한번 더 힘을 ~ 쓰러질 지언정 무릎 꿇지 않는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