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정리함

마음이 있는 곳은 어디인가

서나노야 2006. 10. 3. 14:32
마음이 있는 곳은 어디인가
매력 있는 공간이동_7
2006년 09월 27일 | 글 | 이종호/페르피냥대 공학박사ㆍmystery123@korea.com |
 
뇌가 없어지면 마음도 사라진다

근래 영장류 동물학자들은 침팬지도 인간처럼 다른 침팬지의 행동을 읽는 기초적인 재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네덜란드의 프란스 드 발(Frans de Waal)은 성적인 술책을 보여주는 침팬지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젊고 서열이 낮은 댄디라는 이름의 수컷 침팬지가 집단의 암컷 중 한 마리를 유혹하려고 했다. 일반적인 침팬지가 그렇듯이 댄디도 자신의 성적 매력을 표현하기 위해 암컷이 볼 수 있는 위치에서 다리를 벌리고 앉아 발기한 성기를 보여주었다(인간 사회에서 이런 행동을 했다가는 곧바로 법적인 처벌을 받을 것이다).

댄디가 암컷을 유혹하는 동안 집단 내에서 서열이 높은 수컷인 루잇이 우연히 댄디의 구애 현장에 나타났다. 댄디는 곧바로 손을 이용해서 루잇에게는 보이지 않고 암컷 침팬지에게만 보이도록 자신의 성기를 교묘하게 감추었다.

댄디의 행위는 인간으로 치면 우리 둘 사이의 비밀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과 같다. 드 발은 침팬지가 다른 침팬지의 정신 상태를 추측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즉 댄디는 암컷 침팬지가 자신의 사랑을 알아주기를 바라지만 루잇에게는 그 사실을 숨기려 한 것이다. 서열 1위의 수컷 몰래 구애 행위를 하는 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상상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마음의 능력이 어느 수준의 지능에 도달했을 때 필연적으로 생겨날지도 모른다는 학자도 있다. 적어도 마음을 읽는 능력이 그저 지능의 부산물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컴퓨터가 결코 마음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컴퓨터가 갖고 있는 수많은 데이터를 불러온다고 해서 마음으로 변하거나 마음처럼 행동하기는 어렵다는 것으로도 설명된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 상인』에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사랑이 자라는 곳은 어디인가요. 심장속인가요, 머릿속인가요.”

이는 17세기까지 사람의 마음이 심장에서 솟아난다는 주장과 뇌에 위치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왔음을 보여주는 증거로도 인용된다.

전통적으로 인간의 정신은 육체와는 구분되는 특수한 속성과 존재양식을 갖는다는 이원론(Dualism)과 인간의 정신이나 영혼이 독립적인 실체가 아니라 뇌라는 물질적 과정의 한 양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일원론(Monism)으로 설명된다.

이것은 마음을 어떤 종류의 ‘실체’로 생각하느냐 아니냐로 설명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존재한다는 것과 ‘특정한 장소에 있다’는 것과는 별개의 일이다. 학자들이 마음이란 육체에 존재하며 신체 중 팔다리가 아닌 뇌의 작용임에 틀림없지만 그 위치를 알 수 없으므로 ‘어디에 있다’고 확정한다는 것도 무리라고 말한다. 그러나 팔다리가 없는 경우라도 마음은 살아있는데 뇌를 없애면 마음도 없어진다는 데는 동의한다. 즉 정신이나 성격이 뇌로부터 나온다는 점은 인정한다는 점이다. 사망의 기준도 ‘뇌사’의 개념으로 정의되고 있는 이유이다.

여하튼 이러한 모순점을 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추론하고 있다. 외부세계에서 뇌로 정보가 들어가고 신경세포가 정보를 처리하고 판단하며 이에 입각하여 어떤 행동이 만들어진다. 그렇게 하여 뇌의 여러 장소가 관계하여 기억이나 지각·판단·행동 등 정신현상을 형성하고, 이러한 것을 모두 조합시킨 게 바로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뇌가 없으면 마음이 없어지게 되지만 뇌=마음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뇌가 작용함으로서 비로소 마음이 만들어진다는 결론이다. 뇌의 작용(기능)은 신경 세포가 돌기를 뻗고 거기에 이어진 신경 회로에 활동 전위(펄스)가 전해짐으로써 이루어진다. 신경세포는 시냅스라는 이음매를 통해 신경 전달 물질을 교환하여 전기적 신호를 화학적 신호로 바꿔서 전달하고 있다. 그러한 것이 많이 모여 마음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또한 만일 뇌의 신경 회로가 모두 해석된다고 보면 마음을 모두 알 수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지과학의 태동

마음에 대한 연구는 전자공학의 발달로 신경과학의 발전을 토대로 뇌를 구성하는 신경세포의 구조, 해부학적 연결, 전기화학적 작동 등이 규명되면서 본격적으로 과학의 한 주제로 등장하여 심리학을 중심으로 한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를 탄생시켰다.

인지과학은 인간의 마음을 구성하는 기능적 요소들의 서술과 분류, 마음의 현상의 진행 과정으로 인간의 마음을 정보처리 과정으로 바라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허균 박사는 설명했다. 이것은 비인지적인 요소로 생각되는 기쁘고 슬픈 감정이나 정서까지도 그것들이 독립적인 경험이 아니라 전반적인 정보처리 결과에 대한 가치 판단이라는 기능적 역할로 설명하여 논리적으로 불가해한 현상이 아니라는 설명도 있다.

이런 설명은 학자들을 고무시켰다. 즉 인간의 뇌를 일종의 컴퓨터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견해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의 자유(freedom), 의지(will), 각성(awareness)은 어느 회로 속에 있는가. 배가 고프면 음식을 먹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자신이 원하면 아무리 음식을 먹으라고 해도 먹지 않고 단식할 수 있다. 이런 의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하는 점이다.

특히 마음의 활동이란 뇌의 활동을 수반하면서 일어나는 여러 의식 수준의 조합이다. 의사(意思)의 힘이나 컴퓨터와 비슷한 기능을 갖는 매우 고차원적 정신활동이 있는가 하면, 즐겁고 불쾌한 것처럼 본능의 수준에서 좌우되는 것도 있다.

사람의 뇌에서는 대뇌 피질을 중심으로 지식 정보 처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대뇌 표면을 덮은 두께 2.5밀리미터의 층(회백질)은 약 140억 개의 신경세포와 그것을 지탱하는 약 400억 개의 글리아 세포(Glia cell)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를 대뇌 피질이라고 한다.

뇌의 작용(기능)은 신경 세포가 돌기를 뻗고 거기에 이어진 신경 회로에 활동 전위(펄스)가 전해짐으로써 이루어진다. 신경세포는 시냅스라는 이음매를 통해 신경 전달 물질을 교환하여 전기적 신호를 화학적 신호로 바꿔서 전달하고 있다. 그러한 것이 많이 모여 마음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또한 만일 뇌의 신경 회로가 모두 해석된다고 보면 마음을 모두 알 수 있다고 할 수 있다는 학자들도 있다.

그러나 대뇌피질의 기능 등 인간의 뇌를 잘 알게 된다고 해서 마음의 이전(移轉)이 간단해지는 것은 아니다. 뇌와 마음의 문제에서 비록 뇌 구조의 모든 것이 물질적으로 해명되어도 마음은 결코 유물론적으로 환원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자들 간에 의견일치를 보이지 않는 것은 기억과 마음이 같은 것이냐 아니냐지만 기억과 마음을 이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결국 공간이동을 의미하는 인간복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결국 태어나서 예전 자신의 기억을 갖고 있지 못하다면 껍데기 뿐의 공간이동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1963년에 신경섬유를 통한 신경충격의 전달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한 존 에클스 박사와 1981년에 대뇌 반구(半球)의 기능을 연구하여 노벨상을 수상한 로저 W. 스페리 박사도 다음과 같이 다소 어정쩡하게 설명한다.

‘뇌와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비물질적인 실체로서의 정신을 인정하는 이원론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

그들은 물질적이면서도 물질로 환원될 수 없는 어떤 과정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대뇌피질의 기능 등 인간의 뇌를 잘 알게 된다고 해서 마음을 이해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록 뇌 구조의 모든 것이 물질적으로 해명되어도 마음은 결코 유물론적으로 환원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자들에게는 섭섭한 이야기이지만 현재의 과학수준으로는 공간이동이 불가능할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SF애용자들이 실망할 것은 없다. 감독들은 이런 제한에 구애하지 않고 공간이동을 주제로 한 영화를 계속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시나리오 작가 진 로든베리가 창안한 공간이동에 의해 수많은 SF영화를 비롯한 창작물들이 만들어졌고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므로 진 로든베리가 과학계에 미친 영향을 고려하여 그가 1991년에 사망하자 NASA(미항공우주국)에서는 그의 유해를 지구 밖으로 가져가 우주로 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