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남자라는 건 아마 매력의 풍성함이겠지. 꼭 돈이 많거나 외모가 반지르르하지 않아도 좋다. 같이 있으면 마음까지 풍성해지는 남자는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매사에 조급하지 않고 여유롭게 행동하고 느긋함이 묻어난다면 더더욱 좋다. 추석 같은 남자라고 하면 조금 촌스러울까? 추수기의 무르익음과 풍성함을 지닌 남자라면 여자건 남자건 모두 그를 좋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상대남을 호감/비호감으로 나누는 여자의 기준은 다 틀리다. 나 같은 경우는 매끈하게 생겨서 건들거리는 남자를 비호감으로 생각하지만, 아는 선배 언니는 매끈하게 생겨서 건들거리는 남자를 이상형으로 꼽는다. 연애할 때 스릴 있다나? 밑도 끝도 없이 들이대는 남자를 싫어하는 여자도 있고, 느끼한 남자를 싫어하는 여자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 여자들이 공통적으로 '그런 남자 즐!' 이라고 외치는 남자 타입이 있다. 바로 구차한 남자다. 풍성한 남자의 반대말은 구차한 남자다. 일본식 표현을 빌려볼까? 구차한 남자는 구차하다고 쓰고 비호감이라고 읽는다.
돈이 많은 남자, 머리가 똑똑한 남자, 자상한 남자, 서글서글한 남자, 호방한 남자, 친구가 많은 남자, 독립심이 투철한 남자, 리더십이 강한 남자, etc. 모든 남자는 조금만 노력하면 풍성한 남자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여자 개개인에게 장점이 있듯 남자 개개인도 장점이 있을 테니까. 그걸 조금만 늘리고 노력만 한다면 얼마든지 여자에게 어필할 수 있다. 그러나 구차한 남자는 아무리 노력해도 풍성한 남자가 될 수 없을 것이다. 2,3년간의 꾸준한 노력을 통해 자신의 성격을 완벽하게 개조하지 않는 한, 그들은 풍성한 남자가 될 수 없고 갈비의 늪에서 나올 수 없다. (갈비: 갈수록 비호감.)
구차한 남자가 어떤 거냐구? 구차한 남자는 소심하다. (소심해서 덜덜 떠는 남자를 귀엽다고 하는 여자도 있다. 근데 귀여운 소심함과 구차한 소심함은 분명히 다르다.) 소심한 주제에 언제나 구차하게 구니 더더욱 비호감이다. 자신이 잘못한 일인데 그걸 인정 못하고 언제나 구차하게 남 탓만 한다. 구차하게 핑계만 댄다. 별것 아닌 일에 구차하게 서운해 하고 혼자 자기 무덤을 판다. 어차피 쓴 돈을 아까워 하며 왜 너는 내게 돈을 쓰지 않냐면서 구차하게 떼를 쓴다.(물론 여자들은 그에게 돈을 쓰라고 부추긴 적 없다.)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지 못해 안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자신이 착해서 그런 거라도 말도 안 되는 위로로 삼으며 애써 삭히다 구차하게 남 원망만 한다. 남이 없는 자리에서 남의 험담을 하고 남의 비밀을 '너만 알고 있어' 하며 마구 흘린다. 이런 구차한 것들(남자라고 하기도 싫다)의 공통적인 입버릇은 "너니까 이런 말 하는 거야" 다. 웃기시네.
이런 구차한 것들은 여자를 모른다. 오해도 잘한다. 구차한 남자는 뭔가 이상하다. 얼굴 생김을 떠나서 하는 행동이 이상하고 싸이코틱하다. 구차한 남자는 남에게도 자신에게도 솔직하지 못하다. 게다가 이런 구차한 남자는 이런 점들로 인해 친구도 없다.
저런 구차한 남자가 이세상에 있냐구? 분명히 있다. 당신 주변에 한 둘은 있을 텐데? 내가 일일이 나열한 점들을 다 가진 세계 최강 구차한 남자는 없을지 몰라도 (그러나 난 불행하게도 만났다. 저거보다 훨씬 더 많은 구차함을 가진 비호감의 남자를 -_-..) 적게는 40에서 많게는 80퍼센트 정도의 싱크로율을 가진 사람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저런 사람은 친구로도 선배로도 후배로도 둘 수 없다. 애인이라면 더더욱.
그러니, 여자에게 인기 있고 싶고 호감을 얻고 싶다면 당신은 한가위 보름달처럼 충만하고 풍성한 남자가 되어야 한다. 사실 풍성한 남자는 별거 아니다. 우리 여자들이 남자에게 바라는 것은 별게 아니니까. 드라마 주인공처럼 미끈하다거나, 돈이 많은 황태자라거나 휘황찬란한 학벌이 있다던 가는 내가 여주인공처럼 예쁘거나 집안이 우아하다거나 외화낭비 펑펑해서 제대로 된 간판 따지 않은 이상 데리고 다니기도 벅차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같이 있어서 시간 낭비인 사람보다는 뜻 깊은 시간 보내고 기분 좋게 헤어질 수 있는 사람이 좋다. 여자의 의견에 반기를 달지 마라. 토론회도 아니고 그 의견 틀렸다고 해서 구박할 필요는 없다. 당신은 그 여자와 사귀고 싶어서 만나는 거지 가르치려고 만나는 것이 아니다. 자기는 의견을 단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런 건 사귀면서 싸울 때 해도 충분하다. 굳이 능력도 없으면서 비싼데 갈 필요 없다. 적당한 곳에 가서 밥을 내면 여자가 다음 이동장소에서 값을 지불하면 된다. 더치페이가 좋으면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면 된다. 어거지로 낸 얼굴을 여자는 귀신같이 알아챈다. 왜 억울하게 돈은 돈대로 쓰고 구차한 남자가 되는지... 정말 안됐다.
풍성한 남자가 되는 법은 결코 어렵지 않다. 말투를 조금만 부드럽게 고치고, 여자의 말이 자신에게는 도저히 동감을 이끌어 내기 힘들다면, "그런가요?" 하고 웃어버리면 그만이다. 여자가 비싼데 가자고 한다면 (사귀지도 않는 남자한테 비싼데 가자는 뻔뻔한 여자와의 연애는 그다지 추천해주고 싶지 않지만) 애써 허세 부릴 것 없이 "거기는 다음에 가고 요 근처에 제가 잘 아는 집이 있는데 같이 가보고 싶네요" 하면 더더욱 좋다. 상대 남이 애착 있는 곳에 자신을 데리고 가는 것은 여자로 하여금 꽤 괜찮은 기분을 느끼게 하니까, 이것도 일종의 풍성함이다. 제대로 된 여자에게 풍성함을 가져다 주는 것은 돈이나 외모가 아니라 분위기나 감각의 공유다.
돈으로 자신의 풍성함을 자랑한 남자는 돈이 떨어지면 구차한 남자가 되고, 잘난 척으로 자신의 풍성함을 자랑한 남자는 모르는 게 나오면 구차한 남자가 된다. 마음에서부터 풍성한 남자가 되자. 마음의 풍성함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니 적어도 헤어짐의 끝에서 구차한 남자, 비호감으로 기억되진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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