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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김재환 교수가 이 특이한 분야에 관심을 가진 것은 신도리코(주)에서 연구하던 시절부터다. 재미로 껌종이에 전기를 걸어봤는데 종이가 부르르 떨리는 것이었다. 이 발견 이후로 종이라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모두 실험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지 국내 여러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는데 아무도 답변을 해주지 못했어요. 그래서 제가 연구하기로 했죠. 지금까지도 전기작동종이를 연구하는 곳은 전세계에서 우리 실험실이 유일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처음 가는 길에 남보다 훨씬 많은 시행착오는 필연이다. 껌종이보다 종이돈에 전기를 흘렸더니 더 잘 떨었다. 연구실의 한 선배가 ‘1000원권보다 1만원권으로 하면 더 잘되지 않을까’해서 1만원권으로 실험했더니 정말로 더 잘 떨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종이 속에 들어있는 셀룰로오스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1만원권에는 1000원권보다 양질의 셀룰로오스가 더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왜 굳이 종이일까. 김 교수는 “종이 속에 든 셀룰로오스는 다른 재질에 없는 특이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셀룰로오스는 결정구조와 비결정구조가 사슬처럼 반복해서 이어진 구조인데, 결정구조에는 ‘압전효과’가 나타나고 비결정구조에는 ‘이온전이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압전효과는 전기를 진동으로 바꾸며, 이온전이현상은 종이 내부의 결정구조와 비결정구조 사이에서 움직이는 전하를 힘으로 바꿔 종이를 떨게 한다. 압전효과는 반응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높은 전압에서만 작동하고 변형이 작게 일어난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이온전이효과는 변형이 크게 일어나고 낮은 전압에서도 작동하지만, 속도가 느리고 수분이 있는 곳에서만 작동한다.
변형이 큰 이온전이효과를 높이면 NASA에서 주목하고 있는 화성 하늘을 나는 ‘마법 종이’를 만들 수 있다. 빠르게 움직이는 압전효과를 높이면 잠자리 날개처럼 움직이는 종이를 만들 수 있다. 현재는 초당 15번 움직이는 수준이지만 초당 300번 이상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 수준이면 벽에서 소리가 나는 ‘벽지스피커’도 가능하다. 전기작동종이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전기를 공급하는 장치가 가벼워야 한다. 마이크로파를 받아 직류전원으로 변환하는 장치인 렉테나(rectenna)가 그 해결책이다. 렉테나를 사용하면 전기작동종이가 별도의 전원장치에 결합될 필요 없이 원격으로 움직이는 것이 가능해진다. 연구단은 렉테나를 더 작고 가볍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인체에 해를 주지 않는 마이크로파의 범위 내에서 종이가 움직이기에 충분한 전력을 얻도록 렉테나를 개량 중이다. 연구단이 앞으로 행할 과제는 현재 분리해서 연구 중인 전기작동종이와 렉테나를 융합하는 것이다. 전기작동종이 위에 직접 렉테나를 만들기 위해 반도체 박막 기술까지 도입했다. 항공역학 기술을 적용하면 원격으로 제어해 날아가는 종이비행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만든 종이비행기가 화성하늘을 누비게 될 날이 기대된다. | ||||
글/김정훈 동아사이언스 기자 navikim@donga.com (2006년 09월 21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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